친애하는 브랜든.
너의 정중하고 다정한 편지 잘 받았다. 오랜 시간 방황하던 네가 다시 펜을 잡고 내 모교인 베네룩스에 대해 글을 쓴다고 하니, 이모는 기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네 말대로 베네룩스는 유구한 전통을 가진 명문 마법 학교란다. 수많은 마법사를 배출한 만큼 사건 사고도 셀 수 없이 많지. 네가 물어본 '제니스 카터 실종 사건'도 그중 하나란다.
제니스 카터는 무려 열여덟 살에 디스톤을 만든, 정말 보기 드문 천재였어. 지금은 솔리시움 전역을 종횡무진하며 많은 활약을 하고 있으니, 마법사라면 그녀의 이름을 모를 수가 없을 거야. 하지만 내가 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그녀는 갑작스러운 실종 사건으로 더 유명했단다.
그날은 제니스가 베네룩스 최초의 여성 총장으로 임명되는 아주 영예로운 날이었지. 우리는 하늘거리는 봄바람 아래서 행사가 시작되길 기다리고 있었어.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녀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 곧 사람들은 베네룩스 어디에도 그녀의 흔적이 없다는 걸 알아차렸어. 그녀는 문자 그대로 사라져버리고 만 거야.
이 전대미문의 실종 사건은 꽤 오랜 시간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어. 심지어 어떤 사람은 그녀가 어둠술사가 되어 모습을 감춘 거라고 떠들어댔지. 하지만 그건 들을 가치가 없는 이야기였단다. 그녀는 차가운 인상과 달리 무척 정의로운 사람이었거든.
베네룩스는 제니스를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어. 하지만 몇 년에 걸친 대대적인 조사에도 이렇다 할 단서를 찾지 못했지. 결국 베네룩스는 그녀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 것으로 결론 짓고 정중히 장례를 치렀단다.
많은 마법사가 이 결정에 유감을 표했지. 제니스 카터에게 사고라니, 그런 일은 있을 수가 없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당시에는 서두를 만한 이유가 있었단다. 제니스의 실종 이후, 베네룩스의 총장 자리는 줄곧 공석이었거든. 더는 그 자리를 비워둘 수 없었던 거지.
그렇게 당대 최고의 마법사 제니스 카터의 실종 사건은 완전히 종결되었단다. 베네룩스의 역사에는 그녀의 죽음이 공식적으로 기록되었어. 하지만 어떤 마법사들에겐 수수께끼로 남은 사건이었지. 그건 현 베네룩스의 총장인 테리안느에게도 마찬가지였단다.
테리안느와 마법사들은 제니스의 행적을 끈질기게 추적하고, 조사를 이어갔어. 결국 그들은 제니스를 찾아 그녀가 솔리시움을 위해 홀로 이루어낸 수많은 업적을 밝혀냈단다. 이후 제니스는 대마법사로 추앙받게 되었고, 테리안느는 베네룩스의 총장이 되었지. 두 사람은 지금도 든든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단다.
내가 아는 이야기는 여기까지야. 너의 글에 도움이 되었을지 모르겠다. 내 시시콜콜한 이야기라도 괜찮다면, 언제든 또 편지를 보내주렴. 네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것보다 기쁜 일은 없을 거야. 꼭 글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너의 편지는 언제나 환영이란다.
찬바람에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조심하렴.
사랑하는 이모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