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하 보게나! 자네와 함께 잔을 기울이며 맹세한 지 벌써 한 달이나 지났네, 시간 참 빠르군.
그때 구두로 나눴던 내용들 말이야. 생각해 봤나? 술자리라서 좀 오락가락하기도 해서 내가 한번 정리해 보았네.
톨랜드에 전해 내려오는 전통술은 대략 2가지 정도가 있다네. 흑요석 맥주와 수정궁의 눈물이지.
흑요석 맥주는 흑요석과 맥아를 섞어서 발효시킨다네. 이 술은 흑요석이 필요한데 그건 모두 검은 모루 주둔지에서 구할 수 있으니….
우리가 목숨이 여러 개라면 몰라도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나? 그러니 우리가 만들어야 할 것은 '수정궁의 눈물'이라네.
우리 가문 삼대째 내려오는 ‘수정궁의 눈물’ 주조법을 알고 있으니 만드는 것은 나만 믿게나.
주조법을 간략히 설명하자면, 수정 호수에서 퍼 온 물을 헤르바 마을산 살구와 섞어 발효시킨 후 거름망에 여과시켜 살구를 걷어내고 밀봉하는 것이라네.
그럼 수정궁의 눈물이 탄생하지.
살구의 상큼달콤한 향과 델루즈노아의 신전에서 흘러온 맑고 깨끗한 물맛, 그리고 호수 바닥 붉은 수초가 만드는 부드러운 뒷맛까지 묘한 조합의 술이라네.
첫 잔을 마시면 몸이 얼어붙듯 춥고 체온이 내려가지만 신기하게 다음 잔을 마시면 오히려 멀쩡해진다네.
한마디로 홀수 잔은 몸을 춥게 짝수 잔은 몸을 덥게 하네.
술이라면 환장하는 검은 모루 드워프들 중에도 이 술을 만들어보려고 수정 호수에 나타나는 놈들이 있지만, 정확한 주조법을 몰라 허탕만 쳤다고 한다네.
그런데 이 대단한 술을 아쉽게도 톨랜드 지역 밖에서는 마실 수 없다네.
일반 오크통에서 오래 보관하면 맛이 변질되거든… 혹시 델루즈노아의 저주 때문일까?
뭐, 밝혀지진 않았으니 모르는 일이지.
하지만, 자네가 만든 충격을 흡수하는 강화된 오크통 말이야.
그건 좀 다른 것 같아.
그 안에 수정궁의 눈물을 넣어 보니 오래가더라고.
그걸로 나랑 사업을 같이 해보는 게 어떻겠나?
자, 어떤가? 다시 봐도 정말 완벽한 계획이지 않나? 우리가 부자 되는 건 정말 시간문제라네.
나는 요즘 양조장 시설 관리로 하루하루 바쁘게 보내고 있다네.
자네가 만들어서 가져올 내구성 좋고 향도 좋은 오크통을 기다리면서 말이야. 오크통이 들어갈 창고는 이미 확보해 두었네.
수익 배분에 관해서는 다음번에 만나서 이야기하세나.
절대 섭섭하게 하지는 않을 걸세.
그럼 밝은 미래를 꿈꾸며 오늘도 오크통 제작에 박차를 가해주게나.
친구이자 최고의 사업 동반자 토드 그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