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랜드의 특제 요리를 찾아서
<제이미 램지 저>

톨랜드는 본래 척박한 산맥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역이라, 예로부터 풍족함과는 거리가 먼 곳이었다. 그나마 볕이 들고 살기 좋은 곳은 귀족들이 차지했고, 그들의 폭정에서 도망친 민초들은 깊은 산 속으로 숨어들었다. 그러나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법. 톨랜드의 억척스러운 주민들은 산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들로 특색 있는 식탁을 차렸으니, 그 요리법이 대대로 내려와 지금은 톨랜드로 사람을 끌어들이는 훌륭한 요소 중 하나가 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이곳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독특한 향토 요리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헤르바 살구 파이>
살구는 본래 이 지역에 자생하던 살구나무에서 얻어진 과일로, 초기의 살구들은 작고 떫어 맛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튼실한 종자를 골라내고 복숭아나 자두 등 다른 지역에서 얻어온 과실나무와 접붙이기 하여 현재의 크고 달콤한 살구 종자로 키워냈다고 한다. 단 맛을 구하기 힘든 톨랜드에서 살구는 설탕을 대체하는 좋은 재료로 이용되었다.

질 좋은 살구를 잘게 잘라 조리고, 얇게 저민 과육을 추가로 넣어 만드는 필링만큼 맛있는 건 드물다.

준비물:
주 재료 - 살구 900릴 이상
부 재료 - 밀가루 3컵, 버터 1컵

요리법:
1. 차갑게 보관한 버터를 잘게 자르고 밀가루와 잘 섞어 가루 형태로 뒤섞이게 한다.
2. 조금씩 찬 물을 추가하여 크러스트 반죽을 만든다.
3. 살구는 씨를 빼고 2/3는 잘게 다진 뒤 뭉근한 불에 오래 끓이며 형체가 모두 사라질 때까지 저어 살구 페이스트를 만든다. 물을 추가하지 않기 때문에 눌러 붙지 않도록 계속 저어준다. 레몬즙이나 사과즙 등을 약간 넣어주면 더 좋다.
4. 남은 살구는 얇게 저며 살구 페이스트에 넣어 졸인다.
5. 크러스트는 파이틀에 얇게 펴서 잘 붙이고 포크로 찍어 부풀지 않게 구멍을 낸 뒤 노릇하게 굽는다.
6. 완성된 파이 크러스트에 살구 페이스트를 넣고 위에 저민 살구 졸임을 얹어 다시 한번 굽는다.

갓 구워 낸 파이를 한 입 베어 물면 살구의 따뜻하고 편안한 풍미와 크러스트의 버터 풍미가 어우러진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살구 파이의 가장 좋은 점은 여러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뜻하게 먹어도 좋지만 차갑게 먹어도 좋으며 크림을 얹어 먹을 수도 있다. 영양이 풍부하기 때문에 식사 대용으로도 쓸 수 있다.

<통살 생선 파이>

톨랜드의 생선 파이는 식사로서 매우 인기 있는 전통 요리 중 하나이다. 특히 가파른 산지를 흘러내리는 아일마르 강과 바미르 강은 연어나 숭어의 서식지로 유명하며, 헤르바 마을 동남쪽에 위치한 수정 호수는 잉어나 농어의 서식지로 유명하다. 내륙에서 잡은 물고기는 바다에서 잡은 생선과 달리 소금을 품고 있지 않아 빨리 상해버리기 때문에, 톨랜드에서는 주로 차갑고 건조한 바람에 바싹 말리는 저장 방식을 택했다. 이렇게 바싹 말린 생선을 큼직하게 잘라서 과일 껍질과 함께 삶아 비린내를 제거하고, 산양이나 라마의 젖으로 만든 크림 소스나 치즈를 넣어 구워내면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감자, 양파, 샐러리 등 야채가 추가되면 더욱 맛있어진다.

준비물:
주 재료 - 말린 흰살 생선 600릴
부 재료 - 밀가루 3컵, 버터 1컵, 크림 혹은 치즈 1컵

요리법:
1. 차갑게 보관한 버터와 밀가루를 잘 섞고, 찬물을 넣어가며 파이 반죽을 만든다.
2. 반죽을 파이 틀에 얇게 펼치고 포크로 구멍을 내서 부풀지 않게 구워 낸다.
3. 말린 흰살 생선을 적당한 크기로 자른 뒤 말린 과일 껍질이나 나무 뿌리와 함께 삶아서 비린내를 제거한다.
4. 버터와 밀가루를 물에 볶아서 루를 만들고 라마젖이나 산양젖을 섞어 크림을 만든다.
5. 적당히 삶아낸 생선살과 크림을 파이 크러스트 안에 채우고 파이 껍질을 씌워 오븐에서 노릇하게 구워낸다.
6. 파이 속을 채울 때 감자, 양파, 샐러리 등을 잘게 썰어 넣으면 훨씬 풍부한 맛을 즐길 수 있다.

과거 먹을 게 부족하던 시절에는 파이에 생선이 들어갔다는 것을 티 내기 위해 일부러 생선 머리와 꼬리를 버리지 않고 장식처럼 꽂아 넣어 ‘통 생선 파이’라고 불리기도 했다고 한다.

톨랜드 현지인들이 낯선 외지인이 오면 생선 머리와 꼬리를 여러 개 꽂아 대접해서, 외지인이 파이에서 튀어나온 생선 머리와 눈이 마주치곤 도망쳤다고 하는 우스운 일화도 전해진다. 그러나 생김새와는 달리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고 배까지 든든해져 톨랜드 여행객이라면 꼭 한 번 먹어 볼만하다.

<라마 스테이크>

라마는 성질이 더럽지만 근성이 좋고 튼튼한 다리 근육을 지니고 있다. 덕분에 산악에서 많은 짐을 나르는 데에도 유용한 가축이다. 톨랜드의 사람들은 라마를 짐꾼으로 키울 뿐 아니라, 젖과 고기, 가죽과 발굽까지 한 군데도 버리는 부위 없이 말끔히 써먹는다. 라마 고기는 소고기와 비슷한 맛을 지녔지만 좀 더 부드럽고 가벼운 풍미를 지녔으며 지방이 적어 건강식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장수 마을로 알려진 헤르바 마을의 비결이 이곳 사람들이 즐겨 먹는 라마 스테이크에 있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도 있다.

준비물:
주 재료 - 라마 고기 600릴
부 재료 - 버터와 솔루트 약간, 향채 한다발 혹은 향신료

요리법:
1. 핏물을 뺀 고기를 준비한다. 질긴 힘줄만 잘라내고 특별한 손질은 필요 없다.
2. 고기 앞뒤로 버터와 솔루트를 꼼꼼히 바른다.
3. 헤르바 특제 무쇠 솥에 고기와 향채를 함께 넣고 불 위에서 30분 가량 굽는다.
4. 솥을 불에서 내리고 10분 정도 휴지시킨 뒤 고기를 꺼내 적당한 두께로 잘라서 내놓는다.

산지인 헤르바 마을 근교에서는 손쉽게 향채를 구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신선한 향채를 함께 솥에 넣어 굽는 것이 좋다. 향신료를 사용한다면 솥에서 고기를 꺼낸 이후에 뿌린다.

라마 스테이크는 과거엔 톨랜드에서만 소비되었지만, 현재는 맛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즐기는 별미가 되었다. 라마 스테이크의 야들야들한 맛을 내주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이 헤르바 특제 무쇠솥인데, 이 특별한 도구는 스날론 공방에서 생산되며 프라이팬 정도의 크기이면서 열을 꽉 잡아주어 어디에서든 휴대용 화덕의 효과를 낼 수 있게 해준다.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헤르바 마을에 들렀을 때 스날론 공방에서 꼭 무쇠솥을 사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