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키, 우리 공주님!
오늘도 밥 잘 먹고 재미있게 놀았니?
오늘은 이 할미가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서 편지를 써보았단다. 듣자 하니 우리 니키가 또 엄마 몰래 스노우번을 찾아갔다지? 할미는 그 말을 듣고 심장이 철렁했어요.
우리 니키는 어렸을 때부터 꽃과 나무를 좋아했지. 이 할미도 그랬단다. 그래서 어렸을 때는 미트란의 씨앗을 갖고 싶다며 툭하면 어른들을 졸랐지. 그걸 정원에 심으면 귀여운 미트란 친구가 생길 것만 같았거든. 하지만 할미가 실제로 만난 미트란은 상상 속의 미트란처럼 다정한 모습이 아니었단다. 아주 두껍고 힘이 센 가지를 휘둘러 많은 사람들을 다치게 했거든.
특히 스노우번 절벽에는 그 미트란조차 무서워하는 커다란 나무 괴물이 살고 있었단다. 그 괴물은 사람들을 해칠 뿐 아니라, 영원히 가족을 만나지 못하도록 가둬두기까지 했지. 용감한 저항군들이 몇 번이나 그 괴물을 잡아보려 했지만, 도무지 상대가 되지 않더구나.
하루는 괴물에게서 간신히 도망친 저항군이 마을을 찾아 내려왔단다. 우리는 그 사람을 잘 치료하고 보살펴 주었지. 그러자 그 저항군은 아주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주더구나. 나무 괴물의 머리에 괴상한 버섯이 나 있는데, 글쎄, 그 작은 버섯이 괴물을 조종하는 것 같다는 거야.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그 나무 괴물을 '자이언트 브룩'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단다. 아주 크고 무서운 버섯이라는 뜻으로 말이야.
이 할미는 너무 무서워서 한동안 스노우번은 커녕 반찬으로 나온 버섯도 쳐다보지 못했단다. 이제 우리 니키도 그런 무서운 괴물이 있는 곳은 절대로 가면 안 되겠지? 니키가 약속하면, 이 할미가 헤르바에서 열리는 꽃 축제에 데려가 주마. 거기에 가면 예쁜 꽃도 많고, 멋진 나무도 실컷 볼 수 있단다.
편지를 다 쓰고 보니, 너를 너무 무섭게 만든 건 아닌지 걱정이 되는구나. 오늘 밤은 엄마, 아빠 옆에 꼭 붙어서 자도록 하렴. 할미도 곧 맛있는 빵을 구워 우리 니키를 만나러 가마.
세상에서 니키를 가장 사랑하는 할머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