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케이지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남긴 고백이자, 후대에 전하고자 한 이야기를 기록한 것이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케이지는 어린 시절부터 부족함 없이 자랐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 술과 도박에 빠져들었고, 방탕한 생활 끝에 결국 가족의 재산을 모두 탕진했다. 점점 깊은 빚더미에 몰리며, 더 이상 갈 곳이 없던 그는 어머니를 찾아갔다. 그러나 그가 마주한 건 이미 세상을 떠난 노모와 남겨진 편지뿐이었다. “아들아, 좀 더 기다리지 못하고 인사도 없이 떠나려니 미안하구나. 물려줄 재산은 없지만 이 목걸이를 남기니 소중히 간직하거라. 이게 널 지켜줄지도 몰라.”
케이지는 순간 자책감에 눈물을 흘렸으나, 이내 유품을 팔아 빚을 갚고 다시 도박을 할 생각이 들었다. 상점들은 그 목걸이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길거리에 나서서라도 팔겠다고 호객 행위를 하던 그때, 한 남자가 케이지에게 다가와 무자비하게 주먹을 날렸다. 빚을 독촉하는 그에게 시간을 더 달라고 애원하자, 그는 오히려 기묘한 제안을 했다.
“네뷸라 섬에 가서 보물을 가져오면 빚을 탕감해 줄 뿐 아니라 거금을 주겠다.” 선택의 여지가 없던 케이지는 어쩔 수 없이 곧장 섬으로 향했다. 막상 드넓은 바다를 보니 그는 자신이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을 거라는 기대에 부풀었다.
그러나 섬에 발을 딛자마자 모든 기대는 무너졌다. 네뷸라 섬은 그의 상상과 달리, 무자비한 괴물들과 위험이 도사린 죽음의 섬이었다. 도굴꾼들과 함께 움직였지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괴물들의 습격을 받고 흩어져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발걸음이 무거워질 때쯤 멀리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구조될 거라는 희망으로 기뻐하며 달려갔지만, 마주한 사람들은 보물에 눈이 먼 사냥꾼 길드원들이었다. 그들은 케이지를 보자마자 무자비하게 칼을 휘둘렀다. 그들을 피해 필사적으로 도망치던 중, 케이지는 오크 부락 한가운데로 들어가버렸고 탈진하여 정신을 잃고 말았다.
의식을 되찾았을 때, 케이지는 자신을 내려다보는 오크 주술사와 마주하게 되었다. 겁에 질린 그가 죽음을 직감한 순간, 주술사는 다짜고짜 케이지의 목걸이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 목걸이는 어디서 났지?” 케이지는 떨리는 목소리로 목걸이는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주술사는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어린 시절의 기억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10년 전, 부상당한 인간을 발견한 그는 부족 몰래 그에게 음식을 나누어 주고 치료해 주었다고 했다. 그날 밤, 그들의 부락이 아키움 군단의 공격을 받았을 때, 도움을 받았던 그 인간 전사가 돌아와 오크의 편에서 목숨을 걸고 싸워주었다는 것이다.
아키움의 습격을 막아낸 후, 오크 부족장은 그가 목숨을 걸고 함께 싸워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우정의 목걸이를 주었다.
부족장의 이야기를 들은 케이지는 아버지와 오크 부족 사이에 맺어진 특별한 인연이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 목걸이는 평범한 장신구가 아니었고, 오래된 우정과 신뢰를 상징하는 것이었다. 오크 주술사는 케이지의 아버지 덕분에 목숨을 구할 수 있었고, 이제 케이지는 그 오크 주술사의 도움으로 무사히 네뷸라 섬을 탈출하게 된 것이다.
이 경험은 케이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었다. 도박과 허무 속에서 살아오던 그는 삶의 진정한 의미를 되찾았고, 자신의 무분별했던 과거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는 그동안의 잘못된 삶을 청산하고 아버지가 남긴 가치를 새기며, 새로운 길을 걸어가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