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 3572158492
라슬란 마물기 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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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캐슬러 마을 인근 편

라슬란 마물기 2권 1

케어크로 대소동 (1)

플린 렉스턴 저

“아 글쎄, 그놈의 케어크로 때문에 팔뼈가 부러졌다니까요! 내 이번에야말로 그놈의 마법사들을 잡아 족치고 말 거에요!”

벌꿀호밀 맥주로 유명한 캐슬러 마을의 사슴뿔 여관에 화난 농부의 목소리가 요동쳤다. 그도 그럴 것이, 케어크로라는 특이한 물건 때문에 벌어진 사건이 한두 건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 이 마물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우연히 여관에서 듣게 된 농부의 노성과 그를 달래던 사람들 때문이었다. 혹자는 마법사가 만든 편의 용품을 마물로 분류해선 안된다 주장할지 모르지만, 내 입장에선 다르다. 사람을 폭주해 다치게 하고 그걸 해결하기 힘들다면, 미친 골렘이나 미친 케어크로나 다를 것이 뭐가 있겠는가.
마을 사람들에 따르면, 이 문제는 십여 년 전 아키움 군단이 캐슬러 마을을 공격해 왔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무도한 찬탈자 레빌 루피우스가 보낸 아키움 군단이 라슬란을 공격해 왔을 때, 이 마을 사람들은 영주 홉스 아래에서 마지막까지 저항하며 분투했다. 결국 캐슬러 마을을 함락시키지 못한 아키움 군단은 이곳을 아예 사람이 살지 못하는 땅으로 만들기 위해 라슬란 전역에 저주받은 비를 내리게 했다고 한다. 그 때문에 풍요롭던 라슬란의 곡창지대 주변은 열 배 이상 거대해진 곤충이나 포악해진 동물의 습격을 받게 되었다. 끝내 아키움은 패퇴했지만, 농부들에게는 당장 농사를 지을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가 남아있게 되었다.
농부들의 탄원에 홉스 백작은 베네룩스의 고명한 마법사들에게 해결 방안을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언제나 훌륭한 마법사는 모자란 법이고, 빠른 마법사란 존재하지 않는 법. 기다리다 못한 농부들은 마을을 찾아왔던 민간 마법사들에게 거대한 해충들을 몰아낼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 달라고 의뢰했다. 그들은 베네룩스 마법사들이 만들어 유행하기 시작한 케어크로라는 것을 금빛 호밀 농장에 제공했다. 케어크로란, 간단히 말해 단순 행동을 반복하게 만든 마법 인형을 말하는 것이었다.

라슬란 마물기 2권 2

케어크로 대소동 (2)

케어크로들은 득달같이 농장에 해를 입히는 곤충들과 싸우기 시작했고, 농부들은 기뻐하며 모은 돈을 마법사들에게 주었다. 그러나 불과 몇 달이 지나기 전에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케어크로들이 망가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베네룩스의 마법사들이 만든 디스톤이나 아미토이 등을 보면, 마법 인형이 소모를 견딜 수 있도록 내구도 보존 마법 역시 함께 거는 편이다. 그러나 이 민간 마법사들은, 나무로 만든 케어크로가 싸우다 부서지거나, 비에 맞아 썩거나, 바람에 닳아 버리는 걸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나무 안에 새겨진 마법 도식이 외부로 노출되면서 지워지거나 파괴되자, 케어크로들은 오동작을 하기 시작했다. 아니, 그냥 오동작만 하면 다행이지 곤충만이 아니라 농부들까지 공격하기 시작했다.
뒤늦은 날벼락에 농부들은 팔짝 뛰면서 그걸 만든 마법사들을 찾아내려 했지만 그들은 이미 꽁무니를 뺀지 오래였다.

결국 베네룩스 마법사들의 소식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릴 수 없었던 농부들은 다시 영주에게 탄원했고, 홉스 백작은 어리석은 농부들을 나무랄 수도 없어 결국 저항군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 라슬란에서 임무를 시작하는 저항군들은 누구나 금빛 호밀 농장의 케어크로를 때려잡는 것으로 봉사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것이 기괴한 골렘이나 큰 피해를 입히는 마물이었다면 오히려 총력을 다해 저지되었을 것을. 적당히 귀찮고 적당한 피해만 냈기에 결국 십여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케어크로들이 살아남아 있게 되었으니, 참으로 역설적인 일이 아니겠는가. 보존 마법을 엉뚱하게 걸었는지, 부서진 후에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벌떡 일어나서 또다시 농장을 헤집고 다니는 케어크로를 보면, 마법이야말로 정말 신중히 이용되어야 할 것임을 다짐하게 된다.

exitl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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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한 사람 Kiriak (7-10-2024)
추가한 사람 Kiriak (7-10-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