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움 군단은 보아라.
오늘은 그간 미뤄왔던 중요한 문제에 관해 얘기하겠다. 지금까지 우리 검은 모루 군단은 너희 아키움 군단과의 관계가 상호 협력과 이익 위에 세워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몇 개월 동안의 장부 내용을 보면, 너희들은 생각이 다른 것 같다.
2월 16일 역청 10병 입고, 흑요석 100kr 출고
3월 19일 역청 10병 입고, 흑요석 100kr 출고
4월 15일 역청 10병 입고, 흑요석 120kr 출고
6월 15일 역청 10병 입고, 흑요석 130kr 출고
먼저, 거래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너희들은 역청 1병당 흑요석의 중량을 두 번이나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당초 얘기한 것과 달랐지만, 역청 수급의 어려움을 모르는 바 아니었으니 우리 측에서 이해하고 넘어갔다.
우리는 갑자기 더 많은 물량을 준비해야 했지만, 그래도 약속한 게 있으니 전부 최상품으로 준비했다. 그렇다면 네놈들 역시 역청의 품질과 납기일에 더 신경을 썼어야 하지 않나?
11월 28일 역청 0병 입고, 흑요석 130kr 출고
12월 30일 역청 8병 외상분 입고, 2병 파손, 흑요석 0kr 출고
장부에 쓰여 있듯이 너희들이 역청을 가져오지 못해 외상을 요청했을 때도, 우리들은 흑요석을 제때 제공해 줬다. 하지만 일주일 후에 가져오겠다던 역청은 한 달이 더 지나서야, 그것도 몇 개는 파손된 채로 들어왔지.
네놈들이 약속을 어기는 바람에 지하의 살상 병기 제작에 몇 번이나 막대한 차질이 생겼다!
살상 병기는 정확한 시간에 정확한 양의 역청을 투입해야 제작할 수 있다. 기술을 전수할 때 그걸 강조한 것은 너희 아키움 군단 아니었나?
잊지 마라. 검은 모루 군단이 너희 아키움을 상대해 주는 것은 오직 살상 병기 제작 때문이라는 것을. 앞으로도 이런 식의 불성실한 거래로 검은 모루 군단의 살상 병기 제작을 망친다면, 우리의 관계는 단번에 끝장날 거다!
보름 후에 있을 다음 거래에서는 역청 10병뿐 아니라 전에 파손된 2병까지 차질 없이 준비해라. 저항군의 기습을 받아 역청을 잃었다는 한심한 핑계는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거다.
검은 모루 군단 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