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 3893230207
스승과 가디언
icon 코덱스 작업
유형: 수집
카테고리: 네뷸라 섬 남부 편

스승과 가디언 1

노인이 비틀거리며 가디언들을 향해 걸어갔다. 금속이 부딪히는 섬뜩한 소리를 내며 가디언들이 노인에게 다가왔다. 그는 그중에서 자신의 아들을 찾고 있었다.
노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니, 그와 함께한 지난날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는 나의 스승이었다. 깊은 산 속에서 홀로 연구에만 몰두하던 그는, 마법 수련 중 크게 다친 나를 발견해 치료해 주었다. 그의 뛰어난 마법 실력을 알아본 나는 여러 번 간청한 끝에 제자가 되었다.
스승은 30년간 단 하나의 연구에 매진했다. 절대 자신의 과거나 개인사를 말하지 않던 그는, 연구의 목적 또한 말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성공을 확신했던 실험이 실패했던 날, 그는 처음으로 자신의 연구가 저주받은 망령이 된 아들을 되돌리기 위한 것임을 밝혔다.
그리고, 얼마 전 스승의 마지막 실험마저 실패로 끝났다. 언제나 완성 직전의 단계에서 실패하고 마는 마법 도식. 노쇠한 스승은 이제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연구를 포기했다. 대신 죽기 전 마지막으로 아들을 보기 위해 배 위에 올랐다.

스승과 가디언 2

한사코 혼자 가겠다는 그를 따라 도착한 곳은 이름 모를 외딴섬이었다. 스승이 그곳을 자신의 마지막 장소로 삼으려 한다는 것을 눈치채고 설득하려 하자, 스승은 결의에 찬 눈으로 고개를 저었다.
스승은 나를 멀찍이 떨어트려 놓고, 혼자서 가디언들을 향해 걸어갔다. 그는 가디언들의 공격을 가까스로 막아내며 아들을 찾아내려 애썼다. 그를 도와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지만, 그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
순간, 그의 주름진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얼굴도 몸도 없이 갑옷만 남아 있었지만, 스승은 자신의 아들을 알아본 것 같았다. 이어진 짧은 적막 끝에, 스승은 마지막 숨을 내쉬며 생을 마감했다. 그리고 아마도 스승의 아들이었을 그 가디언만이 노인의 죽음을 슬퍼하듯 그 자리에 멈춰서 있었다.
나는 스승과 가디언, 그들의 이야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스승의 죽음이, 가디언의 차가운 갑옷 너머에 있는 무언가를 건드린 것이 분명했다. 이것이 새로운 시작의 단서가 될 것이라는 믿으며, 나는 스승의 연구를 이어갈 것을 다짐했다.

exitlag


댓글을 달려면 로그인
추가한 사람 Kiriak (29-01-2025)
추가한 사람 Kiriak (29-01-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