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라베스의 별과 악몽의 관계
기록: 유리크 지르코프
베네룩스의 요청으로 다양한 학자들의 새로운 연구에 관한 기록물을 쓰려던 계획이었는데, 때마침 저명하신 클레이 님과의 대담을 나눌 기회가 생겼다. 이를 간략히 기록해두고 다음에 서적으로 남겨야겠다.
유리크: 클레이님 요즘 새로운 주제를 연구하고 계시다고요?
클레이: 네, 꿈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는 것 아시죠? 학자들 사이에서는 신의 계시나 미래를 암시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고, 인간의 무의식이 발현된 것이라는 소수의 관점도 있지요. 이렇듯 꿈이 무엇인지 규명하려는 시도는 계속되어 왔지만, 여전히 꿈은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습니다. 저는 요즘 꿈 중에서도 악몽이라고 불리는 불길하고 기분 나쁜 꿈과 실라베스의 별의 관계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유리크: 지금 보여주시는 그림이 관계가 있나요?
클레이: 네, 맞습니다. 여기 있는 <악몽 그리고 네르베의 초상>은 세기의 거장 네르베의 작품입니다. 검은 연필로만으로 완성한 이 그림에는 웃는지 우는지 알 수 없는 기묘한 표정을 짓는 네르베의 상반신이 그려져 있습니다. 사람들이 작품 제목에 ‘악몽’이 들어간 이유를 알게 된 것은 평론가 바이노른 덕분이었습니다.
유리크: 이 작품이 악몽과 무슨 연관이 있나요?
클레이: 작품 속 네르베의 눈이 보이시나요? 그 안에 거울을 보고 있는 네르베의 눈이 보입니다. 그리고 또 그 안에 네르베가 보이고 그 눈에는 보랏빛이 보입니다. 그걸 보고 있으면 마치 꿈으로 향하듯 감각들이 하나씩 사라집니다. 눈, 귀, 혀, 코까지 전부 말입니다. 그러다 일순간 감각이 하나씩 깨어납니다. 눈, 귀, 혀가 그리고 코까지 모든 감각이 돌아오면 어둡고 추우며 흐느끼는 소리가 가득한 네르베의 악몽 안에 도착한 것입니다. 어떠세요, 네르베의 악몽 안에 도착한 것 같나요?
유리크: 악몽 안에 도착한다라... 비유라고 생각하면 될까요?
클레이: 아닙니다. 말 그대로 악몽 안에 들어간 듯한 감각을 느끼셔야 하는데요. 저를 포함해 대부분의 분들은 잘 안되시는 게 당연합니다. 그림 속에 심어 둔 악몽으로 들어가는 장치를 보고, 실제로 악몽 속에 도착하는 식의 감상이 가능했던 것은 네르베와 바이노른이 모두 별을 품은 이들이었기 때문이었거든요. 헤일 베르페우스의 저서 「실라베스의 별과 의식에 관한 연구」에 위의 상황을 뒷받침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별을 품은 이들은 꿈을 통해서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다.' 이 신호라는 것이 자세히 설명되지 않았지만 저자는 별을 품은 이들의 꿈은 일반적인 꿈과는 다르다고 생각했습니다. 별을 품은 이들 간에 정신적 연결이 있다고 믿은 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본래 하나였던 실라베스의 별이 부서져 조각난 후에도, 그 힘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아직 가설이며 연구로 인정받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