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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톤가드 마물기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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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비엔타 마을 인근 편

스톤가드 마물기 1권 1

사막에서 춤추는 위험 (1)

플린 렉스턴 저

“이번으로 다섯 명 째라는군! 이번 달엔 내가 이길 것 같은데, 친구?”

비엔타의 명물인 사막꽃의 춤 여관은 밤에 가야 더욱 떠들썩한 모습을 보여준다. 뜨거운 사막의 낮에는 집안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시원한 밤에서야 튀어나와 정열적인 밤을 즐기는 것이다. 뭔가 내기라도 걸며 떠들썩하게 구는 드워프들이 있어 은근슬쩍 그들 옆 카운터에 앉자, 주인장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와인 한 잔을 내밀었다. 진한 와인을 훌쩍 들이켜고 크하하 호탕하게 웃는 그들에게 슬쩍 묻자, 놀랍게도 사막에서 홀딱 벗겨져 쫓겨 들어온 여행자의 수라고 대답했다.

눈부시게 빛나는 바다를 면하고 있는 비엔타 항구는 거의 사시사철 향기로운 포도 향기가 떠도는 아름다운 마을이다. 때문에 마을을 벗어나자마자 펼쳐진 끝도 없는 사막이 얼마나 위험한지 모르고 자신만만하게 덤비는 여행자들이 끊이질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꼭 길잡이를 붙이는 게 필요하거든! 그런데도 어떤 친구들은 꼭 그걸 바가지로 생각하고 혼자서 알아서 할 수 있다고 하지!”

자신을 튜닌이라고 소개한 드워프는 자신과 친구들이 사막 길잡이 일을 하고 있다며 그렇게 말했다. 나도 그 말에는 쉽게 동의할 수 있었다. 십여 년 전 처음으로 비엔타 마을을 방문했을 때 나와 내 친구도 경위는 다르지만 비슷한 일을 겪었기 때문이다.

스톤가드 마물기 1권 2

사막에서 춤추는 위험 (2)

그때도 비엔타 마을은 질 좋은 포도주로 유명한 곳이었지만, 당시에는 아직 페르난이라는 악덕 영주가 지배하던 때라 지금처럼 사막을 안내해 주는 길잡이들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사막의 마물들을 보고 싶다는 일념에 배를 타고 도착한 비엔타 마을은 풍요로운 분위기와는 달리 어딘가 날카롭고 무서운 곳이었다.

당시 나와 동행했던 스탠 브릭슨은 연구자인 나와는 달리 비엔타 와인의 가능성을 보고 한몫 잡아 보길 꿈꾸던 젊은 상인이었다. 그때는 길잡이가 없는 대신, 경험이 많은 상인들이 일종의 길 안내인이 되어 여관에서 카라반을 꾸려 움직이곤 했다. 지금보다 훨씬 도적 떼가 많던 시절이라, 많은 수가 뭉쳐서 용병이라도 고용해서 움직이지 않으면 순식간에 강도질을 당해 목숨을 잃곤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카라반을 따로 꾸릴 돈도 없었고, 우리가 가려는 오아시스 길로 가는 상인 무리도 없었다. 무리가 꾸려지기 전까지는 그저 여관에서 돈만 축내고 있을 수밖에 없었는데, 젊은 청년 둘의 지갑 사정에는 가혹한 이야기였다. 결국 스탠은 이대로 마을에서 허탕치고 고향으로 돌아갈 순 없다고 결의했다. 이곳저곳 여관을 돌아다닌 스탠은, 우리처럼 카라반을 꾸리지 못하는 여행자 몇몇과 말을 맞춰 오아시스로 향하는 일행을 만들고 말았다.

스톤가드의 사막에서 가장 유명한 마물로는 샌드웜이 있고, 그다음으로 위험한 마물로는 모래 속에 숨어 사는 코브라나 전갈 등이 있다. 직접 보지는 못했어도 당시의 나는 책을 통해 그런 지식을 잔뜩 갖고 있었으니, 젊은 상인 친구들은 나를 의지하며 최대한 그러한 위험에서 멀리 여행하기로 결의했다. 그야말로 철부지 여행자들이 죽음에 발을 걸치기 딱 좋은 의기투합이었던 것이다.

스톤가드 마물기 1권 3

사막에서 춤추는 위험 (3)

걷기 힘든 낮을 피하고 밤에 길에 나선 우리를 맞이한 건 반짝이는 사막의 모래와 함께 이곳저곳에 피어 있는 아름다운 사막꽃들이었다. 멀리서 본 사막꽃들은 다소곳이 접혀 있어, 과연 이런 땅이라 하더라도 마을 근처에는 꽃이 피고 식물이 사는구나 하는 감상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바로 곁에서 걸어가던 스탠이 갑자기 빨려 들어가듯 사막꽃을 향해 끌려갔다. 모두가 놀라 소리를 질렀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다소곳이 접혀 있던 그 꽃은 어느새 활짝 피어 분홍색 꽃잎을 드러냈을 뿐 아니라, 커다란 촉수와 줄기가 스탠을 휘어잡고 후려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제서야 우리는, 아름답게만 보였던 사막꽃이 주변에 온통 꽃잎을 벌리고 우리를 향해 촉수를 넘실거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촉수를 피해 비명을 지르며 다시 마을을 향해 뛰어가는 우리에게, 형형색색의 꽃잎을 벌린 또 다른 사막꽃들에게서 돌덩어리 같은 무언가가 날아왔다.

날카로운 통증과 함께 뒤통수가 뜨끈해지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대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다시 비엔타 마을 입구로 뛰어들자, 불침번을 서던 경비들이 그제서야 우리를 보고 뛰어왔다. 경비병들은 횃불을 들고 우리를 보호하듯 앞으로 나섰는데, 그때는 이미 사막꽃들은 촉수를 숨긴 채 멀리 보이는 사막의 수풀 사이로 돌아간 뒤였다.

“마프리온 맙소사, 그거 참 재난이었구만. 그래서 그 친구는, 살아 돌아오긴 했소?”

튜닌이 흥미진진한 듯 내게 물었다. 나는 씁쓸한 입맛을 느끼며 고개를 저었다. 그때 나는 경비들에게 부탁해서 당장 스탠을 구하러 가야 한다고 했지만, 그때 당시의 경비들은 멋도 모르고 길을 떠난 게 잘못이라며 우리 목숨이라도 구한 걸 다행으로 여기라 했다. 아마 지금의 저항군 같았다면 그런 일은 없었으리라.

스톤가드 마물기 1권 4

사막에서 춤추는 위험 (4)

나는 결국 비엔타에서 며칠을 더 머무르며 길을 떠나는 카라반에 애걸해서, 비엔타 마을 근교의 사막이라도 뒤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스탠이 끌려간 곳에서는 시체조차 발견할 수 없었고 그저 스탠의 소유였던 여행 가방만이 남아 있었다. 그때의 일이 너무 큰 충격이었기에 내가 비엔타에 다시 돌아올 때까지 이리도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이다.

그나마 지금은 튜닌 같은 길잡이도 생기고, 멋모르고 길을 나선 모험가들이라 해도 너무 깊이 들어가지만 않으면 저항군들이 구해준다고 하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년에 한두 명 정도는 꼭 실종되어 사막꽃의 먹이가 되는 자들이 나타난다고 하니, 사막을 여행할 계획을 지닌 사람들은 꼭 명심하길 바란다.

이 빛나는 사막에서 가장 먼저 당신의 목숨을 빼앗아갈 것은, 무시무시한 샌드웜도 치명적인 코브라도 아닌 그저 사막에 피어 있는 꽃처럼 보이는 무시무시한 마물이라는 것을.

exitl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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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한 사람 Kiriak (10-10-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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