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살 정도로 보이는 소녀의 팔에는 가시가 돋아나 있었다.

오늘 오전, 나는 새로운 역청 정화 장치를 시험해 보기 위해 녹슨 닻 해안의 한 난파선 위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문득 삐그덕거리는 소리가 들려 찾아가 보니, 소녀 한 명이 난파선 아래층에서 먹을 것을 찾고 있었다.

열 살 정도로 추정되는 소녀의 팔에는 가시가 돋아나 있었다. 소녀의 팔에 돋아난 가시는 실제로 식물의 가시를 닮았으며, 가장 큰 가시는 손 한 뼘 정도의 길이, 가장 작은 가시는 손가락 한 마디 정도의 길이다. 서로 다른 길이와 표면의 상태로 보아, 그 가시들은 각각 다른 시기에 생겼을 것이다.

피부 상태를 통해 추측건대, 가시는 피부 표면에 형성된 것이 아니라 피부 아래에서부터 단단히 뿌리를 박고 돋아났을 것이다. 이는 가시가 살갗을 뚫고 올라올 때 상당한 통증을 수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보고된 적은 없지만, 붉은 안개로 인한 변이 증상으로 보였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소녀가 도움이 필요한 상태는 아닌지 자세히 확인하고 싶었다. 나는 소녀에게 다가가 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소녀는 나의 인기척을 느끼자마자 극도의 경계심을 보이며 멀찍이 달아났다.

막사로 돌아온 나는 그 소녀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습지의 작은 괴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몇 년째 습지에 살고 있다는 괴물이 그 소녀라면, 소녀야말로 붉은 안개 정화 작업의 열쇠가 될 것이다. 붉은 안개로 변이를 겪은 사람들은 대개 1년을 채 넘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녀에 대해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