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하미르에게
오랜만일세, 친구. 그간 잘 지냈나?
내가 스톤가드로 여행을 떠나온 지 벌써 반년이 되어가는군. 지금의 스톤가드는 말 그대로 남부 무역의 중심, 솔리시움의 숨통 같은 곳이라고도 할 수 있다네. 아직도 아키움 군단의 영향을 받고 있는 중북부 지역에 비하면 지금 이곳이 얼마나 자유로운지 깜짝 놀랄걸세. 하카드에서도 상단들이 이 정도의 자유를 누리긴 힘들지. 이게 다 저항군이라는 자들의 영향이라는 걸 생각하면 참으로 놀랍다네. 아무튼 지금은 이곳에서도 우리 상단의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 잠잘 시간도 아껴가며 뛰어다니는 중일세.
최근에 이곳에서 가장 각광받고 있는 상품은 달빛 비늘이라는 상품이라네. 아마 자네도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을 거야.
이 지역의 모래는 원래 베네룩스에서 수입해다 쓰는 특수한 모래로 유명하지. 원소융합석인가 하는 걸 만드는 재료로 말이야. 하지만 일반인들이 그걸 쓸 일은 별로 없잖나? 유리를 만들기 위한 모래라면 우리 하카드의 모래가 더 불순물도 적고 말일세.
하지만 이곳의 모래에는 특수한 마력이 포함되어 있다는군. 특히 달빛 사막이라 불리는 곳이 있는데, 거기서 사는 생물들의 비늘은 끊임없이 마력에 노출되어 달빛을 반사하듯 반짝반짝 빛난다는 거야. 애초에 그런 이름이 붙은 이유도, 모래에 담긴 마력 때문에 달빛이 반사되어 밤에도 낮처럼 밝기 때문이라더군. 물론 상인들의 말은 자고로 반은 과장이고 나머지의 반은 허풍이며 그 남은 것의 절반은 자기 자신도 믿는 거짓말이라는 게 아니겠나. 그런 걸 들으면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하는 게 우리 하카드의 상인혼이지.
직접 확인해 본 바, 낮처럼 밝다는 건 과장이지만 확실히 온 사막이 반짝반짝 빛나더군. 서 투르티잔의 산맥에 가면 볼 수 있다는 만년설이 이렇지 않을까 싶었다네.
게다가 여러 상단을 돌아다니며 달빛 비늘로 만든 상품들을 직접 보고 만져보기도 했는데, 그 감촉과 광택이 대단하더군. 아마 자네도 직접 보면 인정할 수밖에 없을 걸세. 심지어 달빛 비늘로 만든 갑옷이나 장신구는 마력을 담기가 훨씬 쉽다고 하는군. 솔리시움이 유달리 마법 물품이 발달한 게 베네룩스 탓 만은 아니었던 게지. 그래서 어떻게든 달빛 비늘을 우리 상단의 수입품목에 올리고 싶어서 발품을 팔고 있는데, 이게 쉽지가 않다네.
이미 여러 상단들이 너도나도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을 하고 있는지라, 자칫하면 호구 잡히기 딱 좋은 상황이라네. 외국에서 본격적으로 들어온 건 우리 상단뿐이지만, 솔리시움 각 영지에서 온 상단들끼리도 눈치 싸움이 보통이 아니더군. 이런 걸 좀 빨리 알았더라면 조금이라도 일찍 손을 썼을 텐데.
하긴, 저항군 덕에 상황이 안정되지 않았다면, 애초에 우리처럼 외국에서 들어오지도 못했겠지.
그런 의미에선 제이크 핸더라는 사령관이 은근히 수완이 있다네. 다만 문제는... 통이 큰 대신 호전적이라, 이곳의 상권이나 징수권에 대해서 관리할 수 있는 성의 관리 권한을 모험가 길드들끼리 전투 경쟁으로 획득하도록 해뒀지 뭔가. 이런 상황이라, 어딘가의 길드를 등에 업지 않으면 그저 상인들끼리의 교섭만으론 큰 이득을 보지 못한다네. 달빛 비늘을 얻는 것도 모험가들의 힘이 없으면 힘들고, 등록세나 관세도 결국 성을 소유한 길드의 손을 통해야 하니 이것 참... 그냥 무력만 강하고 떵떵거리는 인간인 줄 알았더니 속에 너구리가 열 마리쯤 들어앉은 것 같다네.
하지만 걱정 말게. 내가 누군가. 하카드의 살무사라는 이명에 아깝지 않게 절대 손해 보는 일은 없게 만들 거라네.
여기서도 은근슬쩍 허술한 척하면서 이 상단 저 상단 줄을 대고 있으니, 곧 효력을 볼 수 있을 걸세. 내 행동에 눈을 밝히는 자들이 있어서 이런 편지도 자주 보내진 못하지만 말일세.
이번에 믿을 만한 자를 통해 견본이 될 수 있는 상품 몇 가지와 이 편지를 전달할 예정이니, 너무 걱정 말고 기다리게나. 아마 일 년이 되기 전까지는 성과를 거둘 거라 생각하네.
자네 밑에서 공부하고 있는 우리 샤힌에게도 안부 전해주게. 그럼 이만.
자네의 친구이자 형제인 카말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