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키첸

오래전 ‘모든 배는 로커드에서 태어난다.’라는 말이 있었다.

로커드 조선소는 지금의 톨랜드 북서쪽 녹슨 닻 해안쯤에 있었다고 알려져있다. 이제는 사람들의 행적이 끊어진 저주받은 습지에 불과하지만, 한때는 발주받은 선박을 완성하기 위해서 수많은 장인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던 곳이었다.

솜씨 좋은 장인들이 모두 모여든 만큼, 로커드 조선소에서 나온 선박들은 그 수도 많았지만 견고함이 남다르기로 유명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붉은 기운과 함께 높은 해일이 일어나 조선소를 쓸어버렸다. 결국, 조선소는 문을 닫았고, 살아 남은 장인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 이후 해안가는 점점 수심이 낮아지다가 마침내 오늘날의 습지가 되어버렸다.

이제 녹슨 닻 해안은 배들이 잠든 장소가 되었다. 습지 여기저기에는 전장에 흩어진 시체처럼 만들다 부서진 배들만이 남아 있다. 모험가들을 미지의 대양으로 이끌던 대륙 최고의 조선소는 형체조차 사라졌다.

솔리시움 대백과 327쪽 5번째 줄에 나오는 '로열 로커드 호'에 관한 기록을 보면, 로커드 조선소가 하루 아침에 사라지게 된 것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지 알 수 있다.

‘로열 로커드 호는 마법과 과학을 집대성한 걸작으로, 하늘 위를 나는 것 같은 환상적인 경험을 선사해 줄 배이다.’

결국 이 배는 그 날의 사고로 완성되지 못했다. 나는 로커드 조선소의 명맥을 다시 잇고자, 녹슨 닻 해안의 부서진 배들을 살펴보았지만 그 중에서 어떤 배가 '로열 로커드 호'였는지 알아내지 못했다. 하지만 적어도 그곳에서 꿈의 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장인들의 열정과 혼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로커드 조선소의 장인들이 끝내 완성하지 못했던 꿈의 배를 언젠가 꼭 완성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