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4년 9월 10일
오늘은 길드 접수처에 희한한 친구들이 왔다. 모험가들이야 남녀노소 가리지 않는다고 하지만, 새파란 소녀가 길드장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말이다. 그런데 이 친구들은 끽해야 열 다섯이나 여섯 정도 될까 말까 한 소녀의 말을 넙죽넙죽 잘도 듣고 있더란 말이지. 여자애 눈초리가 범상치 않기는 했지만.
게다가 길드 이름을 묻자 ‘백조의 기사단’이라고 대답했다. 원래는 라슬란에서 활동했고, 오늘부터 스톤가드에서 활동하기 위해 왔다는데... 라슬란 저항군의 다빈치 님이 기사 출신이라고는 해도 그렇지, 기사단은 좀 너무 나간 이름 아닌가? 구성원을 보니 이런 오합지졸이 따로 없어 보이던데.
아무튼, 정식 활동 등록을 한 뒤에 샌드웜에 대한 조사를 한다고 하는데... 영 못미더운 것이, 살아 돌아오기나 할지 모르겠다. 모험가들이야 목숨 내놓고 사는 사람들이라지만 그래도 젊은 애들이 무모하게 목숨을 잃는 일은 적을수록 좋으니 말이다.
1194년 9월 17일
오늘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전에 하도 희한한 이름이라 기억해 놨던 소규모 길드가, 무려 퀸 블렌디를 상대로 사람들을 구했다지 뭔가. 백조의 기사단인가 하는 이름이었지. 길드장이 십대 여자애라는 것도 특이했는데... 이름이 로엔이었나? 눈매가 범상치 않다 싶었는데, 그런 실력을 가지고 있을 줄은.
퀸 블렌디의 뱃속에 삼켜지고 나서 돌아온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그런데 그런 퀸 블렌디의 배를 가르고 사람들을 튀어나오게 했다니... 허풍도 이쯤 되면 아무도 안 믿을 텐데. 하지만 너도 나도 목격했다는 사람이 속출하니 안 믿을 수도 없다.
목격한 사람들 중에는 보라색으로 빛나는 거대한 불사조가 떠올랐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 마법은 들어본 적도 없는데, 대체 그 로엔이란 소녀는 무슨 힘을 갖고 있는 걸까? 다음 번에 사무소에 들리면 은근슬쩍 물어보기라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