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엘라의 일지 -36-
아악 아까워!! 오늘이야말로 성공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고블린으로 변신하는 방법을 알아내면 그들이 벌이는 비석 쟁탈전을 아주 가까이서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어디가 잘못된 걸까?
하늘에서 떨어지는 별가루들을 모아서 모닥불에 넣으면 비석의 축복이 내린다는 것은 이 지역 사람들에겐 꽤 유명한 일인데, 문제는 그게 왜 일어나는지 아직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러니 바로 나, 이 아리엘라가 그걸 알아내기로 마음 먹었는데!
지금까지 저항군들에게 부탁하든 모험가들을 고용하든 해서 35번째 비석 쟁탈전을 관찰했지만, 일정 범위 이상 다가갈 수가 없다!
모험가들이 모닥불에 가까이 갈 때도 그렇지만, 내가 모험가들 틈에 섞여서 비석에 가까이 다가가면 꼭 근처에 있던 고블린들이 뛰어와서 두들겨 팬다. 내가 모험가들만큼 맷집이라도 좋았다면 좋겠지만…
그래서 변신하면 혹시 동족이니까 공격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바보, 아니 이 귀여운 고블린들은 내 기대를 철저히 배신했다! 동족인데도 불구하고 날 공격한 것이다!
설마… 냄새로 날 알아보는 걸까? 하지만 모험가들은 고블린으로 변신해서 안전하게 다닌댔는데?!
아니, 아니다. 언제나 연구에는 가설과 검증이 중요한 법! 앞으로 비교군을 위해 두 번만 더 변신을 해봐야겠다! 힘내라 나!
아리엘라의 일지 -42-
오늘은 드디어 내가 7번 비석이라고 이름 붙인 비석에 접근하는 데 성공했다. 이얏호!
사실 변신해서 접근하는 건 또 실패했다. 아무래도 변신은 답이 아닌 것 같다. 문제는 고블린의 지능이 아니라, 재물을 보면 아군이건 적이건 신경 쓰지 않는 그들의 욕심이 문제였다!
하지만 그 점에선 인간도 비슷하다. 비석에서 얻을 수 있는 보물이 제법 괜찮다는 걸 알게 되자, 지나가다 우연히 도와주던 모험가들이 아니라 어디서 길드가 단체로 뛰어든 것이다.
하지만 오늘의 수확은, 바로 그렇게 몰려든 길드 두 곳이 서로 싸우는 사이 어부지리를 얻은 덕분이었다!
‘여우비’라는 길드와 ‘뱀꼬리보다머리’라는 길드였는데 (길드 이름을 저렇게 지으면… 혀가 꼬이지 않을까?) 두 길드에서 각각 스무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서 고블린을 내쫓아 버렸다. 물론 그러는 사이에 서로도 서로를 공격하면서 엄청난 견제를 해댔다.
내가 모닥불에 다가가지 않고 오로지 비석에만 가까이 가서 관찰하니까, 라이벌이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양쪽 길드 모두 날 건드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난 길드에 가입되어 있지 않으니까!
하지만 7번 비석의 마력 측정을 하고 샘플을 얻고 나자… 대체 저 모닥불과 비석이 어떤 연관 관계를 가졌는지 연구하지 않을 수 없잖은가!
비석에서 측정된 마력이 생각보다 적었기 때문에, 결국 모닥불이 무언가 핵심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다가가는 걸 본 양쪽 길드 사람들은 날 가만두지 않았다… 흑흑.
어떡하지? 다음엔 나도 어딘가 길드에 소속되어서 한쪽 편을 들어야 할까? 고민이다!
아리엘라의 일지 -57-
오늘의 관찰은 그만 일찍 끝나고 말았다… 거대 고블린 도살자를 만났기 때문이다….
일반 상태의 비석이 뿜어내는 마력을 주기적으로 측정해서 기록해야, 비석 쟁탈전이 벌어졌을 때 벌어지는 마력 변화를 차이를 좀 더 확실히 잡아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거대 고블린 도살자를 만나는 순간 눈 앞에서 별이 떨어졌다… 아니 실제로 떨어진 줄 알았다. 하지만 깨어나니 연구원 캠프였다… 쓰러진 나를 지나가던 모험가가 발견해서 옮겨줬다고 한다. 복 받으세요, 이름 모를 그분….
제국 시대에 연구된 바에 따르면, 별가루가 떨어지는 건 기상현상뿐만이 아니라 별자리와도 관계가 있다고 하는데… 지금 이런 상태면 별자리는커녕 언제쯤 비석 연구가 끝날지도 알 수 없다!
좀 더 분발하자, 나!
아리엘라의 일지 -61-
또 다시 고블린에게 쫓겨서 도망오고 말았다! 이래서는 연구를 제대로 진행할 수가 없는데!!
하도 속상해서 별빛 천문대에 있는 일리아스 씨에게 하소연을 했더니, 이게 웬일? 아주 좋은 조언을 들었다! 생각보다 답은 가까이 있었을지도! 일리아스씨와의 이야기를 정리해보자면 이랬다.
1. 연구를 할 때마다 저항군에게 부탁을 할 수는 없다. 그들은 바쁜걸!
2. 고블린으로 변신하는 건 평소엔 안전할지 몰라도 쟁탈전 때는 큰 의미가 없었다.
3. 모험가들이 비석 쟁탈전에 끼어들어 고블린들을 해치워줬을 때 어부지리를 얻었다.
4. 모험가들이 나를 견제하게 만들면 관찰은 망했다!
이상의 일을 종합해본 결과, 일리아스 씨는 생각지도 못했던 방안을 내놓았다. 즉, 모험가들을 불러들일수록 좋지만 나 자신은 견제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 비석 쟁탈전을 아예 내가 진행하라는 것이다!
이, 아리엘라가! 모험가가 아니라 연구자인 아리엘라가!
하지만 엄청 그럴듯하다. 내가 대회를 열고 내가 그걸 진행한다면, 모험가들은 내가 보물을 얻기 위해 경쟁한다고 생각하지 않을 테니까!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그래 좋은 이름부터 만들어야겠다… 일단은 이름이 중요하니까! 보물 느낌이 나게 별빛을 넣어… 그리고 축제 느낌이 날 수 있도록…. 제전? 별빛 비석 제전? 어떨까!
아리엘라의 일지 -74-
아아아아 두근두근두근!! 아직도 떨림이 멈추지 않는다!!
한마디로 말해서 아리엘라의 별빛 비석 제전은 대성공! 하하하하하! 아이 좋아!
글로는 이 마음을 다 표현할 수가 없는데 어떡하면 좋을까? 일리아스 씨가 제발 무서우니까 천문대 가장자리에서 팔짝 팔짝 뛰지 말라고 했다. 그건 맞으니까 조심해야지!
아무튼, 모험가 여러분들에게 쩌렁쩌렁하게 공개한 별빛 비석 대제전은 다시 한번 말하지만 대성공이었다! 저항군 모험가 할 것 없이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니까 고블린들도 정신이 없어서 행패를 부리지 못했고, 혹시 그럴 일이 생겨도 어디선가 모험가가 달려와서 날 구해줬다! 이렇게 각각의 비석을 전부 관찰해본 적이 언제쯤일까!
다만 한 가지 사소한 문제라면, 너무 많은 사람들이 별가루를 모으기 위해 달리다 보니 나 자신은 정작 별가루를 모으기가 쉽지 않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것쯤이야! 우선은 비석 연구에 중점을 두고, 별가루 분석 연구는 나중에 모험가를 고용하든가 하면 되겠지!
오늘은 캐슬러 마을에 가서 벌꿀맥주라도 사 와서 천문대 사람들이랑 신나게 한잔 해야겠다. 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