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와 전투의 공통점은 두 손은 꽉 쥐고 뒤를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지."
'눈앞의 적에 집중하면서도 언제나 뒤를 조심해야 한다.'
'무기를 쥔 두 손은 넘치는 투지로 언제나 꽉 쥐고 힘껏 휘둘러야 한다.'
준비된 저항군이라면 이 정도는 명심하고 있겠지만 누구나 풋내기 시절이라는 것이 있기 마련이지. 하지만 난 저항군이 되기 전부터 이걸 깨닫고 있었어. 지금부터 들을 내용은 오래전 젊은 날 나의 백수 시절의 이야기지. 마치 지금 자네처럼 말이야.
낚시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스노우번의 호수에 갔을 때였지. 그곳은 전설의 물고기인 '꽝이'가 나온다고 알려진 곳이야.
사실 '꽝이'는 별칭이고 어종은 큰입우럭인데 녀석은 아주 특별하게도 어마어마하게 크고 흑곰의 발바닥 같은 얼룩무늬가 있었어. 심지어 성질이 괴짜 같아서 낚시꾼들을 유혹한 뒤 꽝을 치게 만드는 녀석이었지.
호수로 가는 길이 어찌나 설레던지 쉬지 않고 입질이 올 것만 같고 '꽝이'를 잡아서 내 평생의 추억을 남길 수 있을 것만 같았어. 하지만 현실은 새벽부터 오후까지 단 한 번의 입질도 없이 땡볕과 똥바람에 허송세월만 보내 버리고 있었지.
쓸데없는 꿈을 가장 많이 꾸는 사람이 낚시꾼이라는 말도 있지 않나. 자네 그건 알고 있지? 아무튼 말이야, 그날도 미끼가 다 털릴 때까지 지치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나는 언제나처럼 희망을 놓지 않고 이 곳부리 저 곳부리를 옮겨 다니며 수면의 움직임을 집중해서 보고 있었지.
해가 질 무렵이었을 거야, 수면 위로 뭔가 스윽 지나가는데 흑곰의 발바닥 무늬가 살짝 보이는 듯했지. 난 모든 신경을 곤두세우고 수면의 움직임에 집중했고 녀석의 이동 경로를 노려봤어. 예상을 자꾸 벗어나는 움직임이 그 녀석이 '꽝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만들었지!
수면이 잠시 소용돌이치더니 거대한 황금빛 몸에 온통 흑곰 발바닥 무늬가 있는 물고기가 뛰어올랐어. 그 멋진 녀석이 있던 곳은 나의 과녁이 되었지.
낚싯대를 쥔 두 손에 온 힘을 다했고 아주 강력히 휘두르려 했는데 뭔가 뒤에 덜컥 걸리는 듯한 느낌이 났어. 하지만 난 멈추지 않고 끝까지 낚싯대를 던졌지. 그런데 말이야, 시커먼 갑옷을 입은 아키움 군단 녀석이 망토 한쪽에 내 낚싯바늘이 꽂힌 채로 호수를 향해 날아가지 뭔가!
물에 빠진 녀석이 허우적대고 있는데 '꽝이'가 큼직한 입을 벌려 녀석을 한입에 삼켰어. 나는 날아간 아키움 군단 녀석을 생각할 틈도 없이 챔 질을 했지. 해가 지고 온몸에 땀이 흠뻑 젖어서 쓰러질 것 같을 때가 되어서야 나는 '꽝이'를 물 밖으로 꺼낼 수가 있었어. 그때....
"혹시 이곳으로 도망가던 아키움 군단 병사를 보지 않았소?"
누군가 뒤에서 말을 거는 거야. 그게 누구였을 것 같아?
내 뒤에 캡틴 다빈치 님과 클레이 카터 님이 서 있지 뭔가! 그래서 난 '꽝이'의 입에서 아키움 군단 녀석을 꺼내서 그분들께 드렸지.
그걸 본 그 분들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단 말이야! 크하하하!
그 이후 내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안 봐도 알겠지?
- 톨랜드 저항군 연합 훈련교관 '에번트 쿠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