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러운 조카, 이잔나에게
헤르바 마을의 바람차가 꽤 인상적이었나 보네. 얼마 전 왔을 때도 여러 번 바람차를 타더니, 바람차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된 건지 궁금하다고 편지를 보내왔구나.
지금이야 헤르바 마을이 톨랜드의 중심지로 불리지만, 예전에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단다. 지대가 높고, 사방이 절벽과 물길로 둘러싸여 있어 고립된 지역이었거든. 그래. 바람차가 생기기 전까지 말이야.
마을에 바람차가 생긴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단다. 십 년 전쯤, 아니 그보다는 더 됐으려나? 그때 캡틴 다빈치라는 저항군 수장이 우리 마을을 찾아왔어.
그는 우리에게 톨랜드 각지로 갈 수 있는 이동 수단이 필요하다며, 마을 사람들의 협조를 부탁했지. 저항군 연합에서 공사에서 드는 비용은 물론이고, 정기적인 이용료까지 지불하겠다면서 말이야.
이렇게 높고 험한 곳에 이동 수단을 만들라니...?! 모두들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손을 내저었어. 그게 가능했다면 마을의 기술 장인들이 어째서 손을 놓고 있었겠니. 하지만 그는 전혀 흔들리지 않는 눈빛으로 톨랜드에 부는 강한 바람을 이용해보면 어떻겠냐고 하더구나.
나는 당시 그 얘기를 들은 기술 장인들의 표정을 잊지 못한단다. 마치 새로운 세상을 발견한 사람들 같았지. 다빈치, 그의 한 마디가 기술 장인들의 잠들어 있던 상상력에 활기를 불어넣은 거야.
얼마 후, 기술 장인들은 바람차를 구상해냈고 마을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바람차 건설에 달라붙었어. 그렇게 몇 년 만에 톨랜드 각지에 바람차 정거장이 들어섰지. 전에는 마을을 나가기도 들어오기도 힘들었는데, 이제 바람차만 타면 어디든 오갈 수 있게 된 거야.
바람차 개통식을 앞두고 우리는 가장 먼저 캡틴 다빈치에게 초대장을 보냈단다. 당연한 것 아니겠니? 이 모든 게 그로부터 시작되었으니 말이야.
하지만 저항군 수장이라는 자리가 보통 바쁜 게 아닌가 보더라. 그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대신 서신을 한 통 보내왔어. 그리고 그 서신은 바람차 개통식 날, 스날론 씨가 기술 장인들을 대표해 읽어 줬지.
서신에서 캡틴 다빈치는 바람차를 만들어낸 헤르바 마을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했어. 그리고 바람차가 저항군의 전력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했지. 톨랜드는 아키움을 상대하는 데 있어 꼭 필요한 곳인데, 이동 문제가 해결되어 아주 큰 힘이 되었다더구나.
상상이 되니? 그 자리에 있던 헤르바 마을 사람들이 어땠을지 말이야.... 모두들 자부심으로 벅차올랐어. 그날 이후 우리에게는 특유의 긍지가 생겼단다. 그것을 원동력으로 지금까지 헤르바 마을을 발전시켜왔지.
자, 이잔나야. 여기까지가 내가 알고 있는 바람차 이야기란다. 네 궁금증이 풀리는 데 도움이 됐을지 모르겠구나. 혹시나 바람차 관리인 일에 대해서도 궁금한 것이 있다면 언제든지 물어보렴. 거기에 대해선 더 자세히 말해 줄 수 있으니까.
건강히 지내고 또 톨랜드에 놀러 오렴. 다음에 볼 땐 바람차 모형을 선물로 주마.
애정을 담아, 힐다 고모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