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 2717438249
참회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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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 수집
카테고리: 네뷸라 섬 북부 편

참회의 편지 1


어둠을 가르며 나타난 그 거대한 형체를 보는 순간, 할아버지께서 평생을 두려움에 떨며 살아오신 이유를 단번에 깨달았습니다.

참회의 편지 2

조부님께

이 편지를 쓰며 제 손은 떨리고, 가슴은 마치 돌이 된 듯 무거운 죄책감으로 가득합니다.
조부님께서 그토록 끔찍하게 말씀하시던 그림투르그, 그 괴물이 제 손으로 되살아났습니다. 제 손으로 되살린 저 괴물로 인해, 지금 이 순간 제 모든 믿음이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국왕 폐하의 명령을 받았을 때, 제 안에 불안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주받은 호기심이 제 눈을 멀게 만들었고, 저는 왕의 명령에 따르는 척하며 그 명분을 통해 제 욕망을 만족시키려 했습니다. 섬 깊은 곳에 있는 마법진을 준비하며 주문을 외울 때에도, 모든 것이 환상처럼 막연히 느껴졌습니다. 거대한 포털이 열리고, 사후 세계의 어두운 기운이 밀려드는 순간에도 저는 그저 흥분에 휩싸여 있었지요. 그 괴물의 뼛조각을 놓고 긴 주문을 외운 끝에, 드디어 그림투르그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참회의 편지 3

어둠을 가르며 나타난 그 거대한 형체를 보는 순간, 조부님께서 평생을 두려움에 떨며 살아오신 이유를 단번에 깨달았습니다. 저는 조부님의 말씀을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살의로 가득 찬 눈동자가 우리를 내려다보고, 그 괴물은 저를 비웃듯 제자들을 향해 손을 뻗었습니다. 피와 살이 튀고, 제자들이 비명과 함께 쓰러지는 순간 저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서 있었습니다. 조부님께서 그림투르그와 싸우시던 순간이 바로 이러했겠지요. 그 괴물은 쇠사슬로 제자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하며, 끊임없는 살육의 주문을 외쳤습니다.
제자들이 산산이 부서져 피범벅이 된 채 쓰러져갔고, 그 순간 저는 공포에 질려 한 발짝도 제대로 내딛지 못했습니다.

참회의 편지 4

그 처참한 살육 앞에서 제게 용기 따위는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마치 제 머릿속이 산산이 부서진 듯했습니다. 몸은 필사적으로 도망치면서도, 저는 살아남은 것이 한없이 수치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제 목숨으로도 이 죄를 씻을 수 없다는 것을 압니다. 제 손으로 이 무자비한 악마를 무고한 세상에 풀어놓았습니다.
이 죄를 감히 어떻게 갚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경솔하게 불러온 이 재앙을, 이제 누군가가 저를 대신하여 막아야만 합니다. 조부님의 희생을 헛되이 만들어버린 어리석은 손자가 드리는 마지막 참회의 편지입니다.


모든 것을 망쳐버린 손자, 알테리온

exitl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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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한 사람 Keyarz (28-01-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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