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 2827053462
카일로스의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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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 수집
카테고리: 환상 회랑 편

카일로스의 일지 1

본능적으로 손을 뻗은 순간, 보랏빛 파장이 일며 그림이 요동쳤다.

카일로스의 일지 2

나는 어릴 적부터 미지의 세계를 동경해 왔다. 다른 아이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동안, 나는 부모님의 서재에서 오래된 지도를 펼쳐 보며 사라진 문명을 상상했다. 신화 속 유물, 먼 대륙에서 흘러온 장식품, 정체를 알 수 없는 신비로운 조각상. 그것들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내가 알지 못하는 세계의 이야기를 품고 있었고, 나는 그 이야기의 주인이 되고 싶었다. 그렇게 세상의 잊혀진 유물들을 찾아 나서는 것은 내 삶의 목표가 되었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잊혀진 고대 왕국의 유물을 찾기 위해 버려진 고성에 발을 들였다. 성의 지하 깊숙한 방에는 먼지 쌓인 유물들이 잠들어 있었다. 하지만 내가 찾던 물건은 없었고, 대신 한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빛을 잃은 채 구석에 걸려 있었지만, 그것은 이상할 정도로 나를 끌어당겼다.
거친 붓질로 표현한 황혼빛 하늘 아래, 끝없이 이어진 계곡 위로 안개가 피어올랐다. 안개 속에는 흐릿한 형체들이 어렴풋이 드러났고, 그것들은 마치 나를 응시하는 듯했다. 단순한 예술품이라기엔 너무나 생생하고, 기묘한 느낌이 들었다.
본능적으로 손을 뻗은 순간, 보랏빛 파장이 일며 그림이 요동쳤다. 중력을 잃은 듯한 감각과 함께 내 몸이 붕 떠올랐고, 다음 순간, 나는 낯선 곳에 있었다.

카일로스의 일지 3

차갑고 축축한 공기가 피부를 파고들었다. 어둠 속에서 안개가 천천히 흘렀고, 그 너머로 형체를 알 수 없는 그림자들이 낮게 떠돌았다. 어디선가 낮고 길게 울리는 소리가 공간을 감쌌다. 마치 공간 자체가 호흡하는 것 같았다. 처음엔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나는 그림 속 세계에 들어와 있었다.
안개를 헤치고 나아가자 낮게 떠돌던 그림자들이 점점 선명하게 드러났다. 그것들은 이 세계의 것이 아니었다. 낯선 차원의 존재들이었다. 이윽고 그것들이 내 발목을 감싸며 스멀스멀 기어올랐을 땐 싸늘한 기운이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숨이 막힐듯한 긴장감이 엄습했다.
벗어나야 한다.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린 순간, 내 안의 보랏빛 마력이 반응했다. 강렬한 빛이 번쩍이며 공간이 흔들렸다. 나는 고성의 지하로 튕겨 나오듯 돌아왔다. 숨을 몰아쉬며 다시 한번 그림을 올려다보았다. 여전히 안개 낀 계곡이 보였고,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나는 깨달았다. 이것은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다른 차원으로 통하는 문이다. 가슴이 뛰었다. 내가 원하던 것은 단순한 유물이 아니었다. 이것이야말로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것, 새로운 세계로 가는 열쇠였다. 더 많은 그림을 찾아야 했다.
나는 그림을 품에 안고 고성을 떠났다. 새로운 여정이 시작되고 있었다.


보상:
- 환상 회랑 특별 회원
exitlag
정렬 기준: 등급 날짜
Gwerano 19-05-2025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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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한 사람 Pyter (31-10-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