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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아키움 병사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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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거목의 숲 인근 편

어느 아키움 병사의 일기 1

9월 13일
오늘도 새벽 작업에 동원되었다. 불침번까지 서서 나도 모르게 졸았는데, 세르빅 선임이 역청을 시간 맞춰서 운반하려면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고 혼을 냈다. 젠장, 대체 잠은 언제 자라는 거야?

9월 14일
오늘도 새벽 작업 때 졸음이 쏟아졌고, 나는 결국 사고를 치고 말았다. 역청병 하나를 상자로 옮기다가 떨어뜨려 버린 것이다. 다행히 아무도 못 본 것 같아 얼른 깨진 병 조각을 치우고 흙으로 덮어두었다.

9월 15일
대장님이 어제 운반된 역청병이 하나 부족하다며 노발대발이다. 제발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길 빌었는데... 아무래도 걸릴 것 같다. 아, 진짜 어떡하지?

어느 아키움 병사의 일기 2

9월 16일
세르빅 선임이 나를 조용히 불러, 혹시 역청병 하나가 없어진 게 나와 관련이 있는지 물었다. 잡아떼려는데 선임은 내가 잠꼬대하는 것을 들었다며 솔직히 말하라고 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실수를 털어놨다. 선임도 책임이 두려웠는지 이번 일은 비밀로 해주기로 했다. 휴, 어쨌든 살았다....

9월 17일
이상하게도 어젯밤부터 손가락이 가려웠다. 장갑 안으로 나뭇가지를 넣어 벅벅 긁고 있는데 세르빅 선임이 심각한 얼굴로 다가와 물었다. 혹시 역청병을 깨뜨린 날, 역청을 직접 만진 건 아니냐고. 나는 또 혼날까 봐 얼떨결에 아니라고 대답했다. 선임은 나보고 그 정도 멍청이는 아니라서 다행이라며, 실험체로 끌려가고 싶지 않다면 앞으로도 역청은 절대 만지지 말라고 했다. 설마... 아니야, 아닐 거다.

어느 아키움 병사의 일기 3

9월 18일
어제 세르빅 선임의 얘기를 듣고 밤을 꼴딱 새웠다. 역청이 피부에 닿으면 변이가 된다고? 대체 왜 아무도 나한테 미리 말해주지 않은 걸까. 선임의 말은 진짜일까? 아직 손가락이 가려울 뿐이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변이되면 실험실로 끌려간다는 게 진짜일까? 아니다, 아니야. 나는 아키움의 일원 아닌가! 나를 실험체로 쓸 리 없다.

9월 19일
손가락이 타들어 가는 것 같다. 몰래 장갑을 벗어보니 열손가락이 모두 새까맣게 변했고, 손가락과 손가락 사이에 뿔 같은 것이 튀어나왔다. 누가 볼까 두려워 얼른 장갑을 꼈다. 나를 정말 실험체로 쓸까? 혹시 치료해 줄 수도 있지 않을까? 아니면 어떡하지? 지금이라도 도망가야 하나? 제길... 도저히 모르겠다....

exitl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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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한 사람 Kiriak (12-10-2024)
추가한 사람 Kiriak (13-10-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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