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 3970342979
바람에 담긴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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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크림슨 장원 인근 편

바람에 담긴 목소리 1

젠장, 오늘 밤도 바람소리 산장의 보초를 맡게 되었다.
이곳의 바람은 밤이 깊어질수록 특히 더 매서워지곤 하는데, 삐걱대는 나무들의 소리를 밤새 듣고 있으면 가끔 기괴한 소리들이 섞여 들리곤 한다.

어떨 때는 서글픈 울음소리가, 또 어떨 때는 처절한 비명이.

처음 그 소리를 들었을 땐 야생 동물들이 내는 소리라 생각했지만.... 귓가를 끊임없이 맴도는 바람에 귀를 기울이던 나는 문득 그 바람 속에 '무언가의 목소리'가 담겨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니, 바람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니.
밤새 보초를 서며 맞은 새벽이슬에 몸이 허해진 탓이겠거니 했는데, 유난히 거센 바람이 불던 날. 나는 너무나도 생생하게 들려온 그 소리에 확신했다.

이 소리는 분명, 동물의 울음소리 따위가 아니라는걸.

그래, 그건 분명 사람의 목소리였다.

"아파... 아파... 팔다리가 뿌리처럼 모두 뒤엉켜버렸어...."
"피부가 바싹 말라서 갈라지고 있어... 괴로워! 괴롭다고!"
"어째서 내가 이런 꼴이 되어버린 거야...? 차라리 날 죽여줬으면... 죽고 싶어, 제발...."

칠흑 같은 어둠 속에 홀로 서 있던 나는 바람결에 실린 그 목소리들을 듣자마자 온몸이 굳어버렸다.

풍향계를 보니 바람은 산장의 남쪽으로부터 불어오고 있다. 바로 베르칸트 장원이 있는 곳 말이다.

하지만... 베르칸트 장원의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목화술의 저주로 인해 죽어버렸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대체... 이 목소리들은 어디서 들려오는 거지?
나는... 과연 오늘 밤을 제정신으로 버틸 수 있을까?

exitl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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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한 사람 Kiriak (8-10-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