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원에 사는 변종들
플린 덱스턴 저
톨랜드는 험준한 산맥들과 척박한 환경으로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톨랜드 북쪽을 차지하고 있는 산맥을 스노우번 산맥이라고 하는데, 높은 고도로 인해 만년설이 쌓여있어 그 풍경이 참으로 아름답다.
그러나 산맥을 직접 올라보면 사람은 물론 마물도 접근하기 힘들 정도로 경사가 급한 곳이 많다. 덕분에 천혜의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어 각종 야생동물이나 희귀 식물의 천국이라고도 불린다.
그러나 그 근방을 지나던 중 다소 우려가 되는 소문이 들려왔다. 고원 산양과 고원 공작새는 스노우번 산맥에서만 발견되는 토착 생물인데, 최근 그 근방에서 발견되는 변종 생물에게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지는 꽤 됐죠. 비슷한데 전혀 다르게 생긴 놈들이 나타나서 원래 있던 토종들을 마구 공격하는 거 말입니다."
산맥의 길잡이로 나선 사냥꾼 루미스는 발밑을 조심하라면서 말을 이었다.
"멀리서 보셔도 딱 구분이 갑니다. 특히 공작새는요. 그놈들은 원래 눈밭에서 살다 보니 보호색으로 깃털이 새하얗거든요. 그런데 변종 놈들은 빨갛고 파랗고 난리도 아닙니다."
루미스가 안내해 준 대로 공작새의 서식지에 가보니, 아름답기로 이름난 고원 공작의 모습을 멀리서 볼 수 있었다. 방문한 시기가 여름이라 만년설도 다소 줄어들어 비교적 구분하기 쉬웠지만, 겨울에 온다면 공작새가 어디 있는지 알아보기 힘들 듯했다. 반면, 그보다 다소 낮은 고도에서 사는 듯했던 변종 공작새들은 마치 더운 지방에 사는 새들처럼 화려한 깃털 색을 자랑했다. 다소 섬뜩한 것은, 그것이 단순히 화려하기만 한 게 아니라 마물들의 색깔처럼 서식지와 동떨어진 색이라는 점이었다.
"저놈들은 서로 만나면 정말 죽일 듯이 싸워댑니다. 문제는 변종은 고기가 맛이 없고 심지어 독성이 있는 놈들도 있어요."
루미스는 변종들의 공격성이 매우 높아서 토종들의 수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것 같다며 걱정했다.
호기심이 동한 나는 또 다른 변종도 보여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흔쾌히 고원 산양과 변종 산양이 사는 장소로도 안내를 해 주었다. 마찬가지로 그곳에서도, 다소 높은 곳에 사는 고원 산양과 그보다 조금 낮은 위치에 서식하는 변종 산양을 발견할 수 있었다.
"보세요, 저놈들은 눈이 세 개에 뿔이 네 개나 됩니다. 그런데 저런 모양으로 생겼으니 저 뿔을 어디 써먹겠냔 말입니다."
고원 산양은 쭉 뻗은 아름다운 한 쌍의 뿔로 유명했다. 게다가 가죽은 매우 부드러워, 머리부터 발끝까지 버릴 데가 없는 훌륭한 사냥감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에 비해 변종 산양은 잡기 까다로울뿐더러, 뿔이 심하게 말려있어 가공하기 힘들고 가죽과 털도 뻣뻣하고 조각조각 갈라지기 쉽다고 했다.
알아보니 변종들이 처음 나타났던 시기는 놀랍게도 벌써 수십 년은 되었다. 그동안 왜 계속 방치했던 건지를 묻자, 루미스가 대답해 주었다.
"처음엔 이놈들이 이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가끔 나타나는 돌연변이라고 생각했지요."
변종의 수가 갑자기 늘어난 것은 최근의 일이라고 했다. 루미스는 이일의 원인이, 지금은 무시무시한 흉가로 알려진 크림슨 저택에 있을 거라고 말했다. 그 주변에 가면 온통 변이를 일으킨 괴물들이 가득하다면서, 온갖 돌연변이를 일으킨 무언가가 야생 동식물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확한 원인을 조사하고 싶어도 너무 위험한 곳이라, 저항군도 접근하지 않고 외부에서 지켜보기만 할 뿐이라고 했다.
"이러다 저 귀한 고원 공작새랑 고원 산양이 멸종해 버리면 대체 누가 책임을 진답니까? 우린 또 뭘 사냥해 먹고 살고요."
루미스는 이런 상황을 널리 알려, 전문가들이 찾아와 해결해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변종 동물들을 마물이라 칭할 수 있을지는 아직 단언할 수 없지만, 그의 뜻에 따라 이렇게 기록에 남겨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려 한다. 누군가 뜻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변종 공작새와 변종 산양에 대해 자세한 조사를 부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