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 4285984316
근위대장의 고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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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네뷸라 섬 남부 편

근위대장의 고뇌 1


왕의 서신 속 마지막 문장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나는 왕으로서 명한다. 그대들이 진정한 충섬심을 지녔다면, 죽어서도 나의 명령을 수행하라."

근위대장의 고뇌 2

오늘 밤, 나는 왕의 서신을 받았다. 서신의 봉인을 뜯을 때까지는, 그저 또 하나의 임무가 주어진 것이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서신을 펼치는 순간 숨이 멎는 듯했다.

"명일 황혼이 질 무렵 그대와 그대의 부하들은 왕실의 유물을 지키는 가디언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진정한 충성은 죽음으로 끝나지 않으니, 이는 근위대에게 주어지는 가장 영광스러운 임무가 되리라."

양피지에 새겨진 왕의 친필이 나를 무겁게 짓눌러 왔다. 서신의 내용은 명확했다. 나와 내 부하들이 망령이 되어 왕실의 유물을 영원히 지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심장은 고동쳤고, 숨을 내쉬는 것조차 어렵게 느껴졌다.

근위대장의 고뇌 3

나는 왕의 충성스러운 검으로 살았다. 그와 그가 내린 명령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 왕을 위해 죽어야 한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하지만 살아있는 자로서의 감각도 자유도 모두 잃고, 오직 영혼만 남아 무한히 유물을 지켜야 한단 말인가?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그것 또한 우리가 선택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무엇보다 나를 짓누르는 것은 이 사실을 부하들에게 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왕의 서신을 바라보며 손을 떨었다. 만약 이 서신을 찢어버리고, 부하들을 도망치게 한다면.... 아니 그럴 수 없다. 그럼 살아 있는 내내 왕국군에게 쫓기는 범죄자로 전락할 뿐이다.

근위대장의 고뇌 4

부하들의 얼굴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그들의 모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갈 때마다 가슴이 미어지는 듯했다. 왕과 함께 전장을 누비느라 가족을 만나는 것조차 힘들었지만, 왕실의 근위대라는 자부심으로 가득했던 부하들.

나는 한동안 고개를 떨군 채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이제 결정을 내릴 때였다. 근위대장으로서 부하들에게 우리 앞에 닥친 잔혹한 운명을 전해야 했다. 피할 수 없는 운명을 짊어질 수밖에 없다면, 적어도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이 길을 가야만 한다. 마지막 결심을 하며,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exitl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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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한 사람 Kiriak (29-01-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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