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아버지께
아버지 안녕하세요? 저 헨리예요.
오늘은 몸이 하나도 안 아파서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밥도 많이 먹고 멜라니 유모랑 산책을 다녀왔어요.
저는 검술 훈련을 열심히 해서 몸도 튼튼해질 거고
솔리시움에서 제일 힘이 센 기사가 될 거예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아버지 사랑해요.
헨리 캐슬러 올림.
아버지께
아버지, 헨리예요. 갑자기 편지라니 놀라셨죠?
이번에 정화의 탑에 베네룩스 마법사님이 오셨는데, 마법을 이용해서 편지를 전송하는 새로운 도식을 연구하고 계시대요. 몇 시간 동안 원리를 설명해 주셨는데 솔직히 어려워서 이해할 수 없었어요.
어쨌든 마법 도식이 제대로 작동하면 이 편지가 캐슬러 마을 영주관에 금방 도착할 거예요. 답장 도식은 아직 없다고 하니까, 편지를 잘 받으셨는지는 나중에 말씀해 주세요.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치료사님들이 정성스럽게 돌봐 주셔서, 도착하고 나서 며칠 만에 바로 기침이 멎었어요. 정화의 탑에는 신기한 마법 장치가 많아서, 방 안에 있으면 꼭 겨울이 아니라 봄처럼 따뜻해요.
치료사님이 열이 아직 안 내렸으니까 겨울 동안은 여기 머무는 게 좋겠다고 하시는데... 저는 이제 하나도 아프지 않아서 빨리 집에 가고 싶어요.
그래도 여기 있는 동안 훈련도 매일 하고 있고, 공부도 하고 있어요. 아버지 말씀대로 정화의 탑에는 책이 정말 많아요! 마법 수련생들도 친절해서, 모르는 걸 물어보면 설명해 주기도 해요.
베네룩스 마법사님이 그러시는데, 베네룩스에는 여기보다 책이 훨씬 더 많대요. 솔리시움을 여행하신 이야기도 해 주셨는데, 악마가 나타났다는 사막도 있고, 옛날에 엘프들이 살던 숲도 있대요. 아버지도 아셨어요? 세상은 정말 넓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캐슬러 마을은 제 고향이지만, 그래도 저는 모험을 다니면서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고 싶어요. 그러면 더 강해지고, 아버지처럼 좋은 영주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어릴 때 열이 나면 가끔 신수 하멜이 나오는 꿈을 꿨던 것, 기억하세요? 아버지께 자랑하면, ‘하멜은 영웅이 될 자 앞에 나타난다던데, 네가 커서 전설적인 영웅이 될지도 모르겠구나,’ 라고 말씀해 주셨죠. 지금 생각하면 농담으로 하신 말이겠지만, 그때는 정말로 용기가 생겼었어요.
아버지, 자주 몸이 아프고 아버지를 실망시켜드려서 죄송해요.
저는 영웅이 될 수 있는 사람은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아버지가 말씀하신 것처럼 사람들이 믿고 따르는 좋은 영주가 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할게요.
캐슬러 마을에는 다음 주에 석양의 불꽃 축제가 열리죠? 저도 여기서 마법사님들과 같이 소원을 적어서 불꽃을 터뜨릴 거예요. 얼른 건강해져서 캐슬러 마을로 돌아갈 수 있게 해달라고 적으려고요.
내년에는 키도 더 크고, 아버지가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아들이 될게요.
이 편지가 다른 데로 안 가고 아버지께 제대로 도착했으면 좋겠네요... 마법사님이 전혀 문제없을 거라고 여러 번 큰 소리로 말씀하셨지만요.
그럼 이만 줄일게요. 건강하세요, 아버지.
아버지를 사랑하고 존경하는
헨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