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품은 자들

마법사 드레노어 저

세상에는 별 조각을 품은 자들이라 불리는 이들이 있다. 마법을 연구하는 마법사이자 의학에 소양을 지닌 연구자의 일각으로서, 나는 소문으로만 듣던 이들에 대해 연구하고자 하는 열망이 가득했다. 그러나 별 조각을 품은 자를 만나는 일은 쉽게 이루어지기 힘들었고, 이에 그동안 솔리시움을 여행하며 긁어모은 지식들을 여기 적는다.

1. 별의 조각은 몸 안에 존재할 때에는 실체를 가지지 않는다.
만약 실체가 있었다면 담석이나 결석 같은 병증이 생기지 말라는 법이 없다! 별을 품은 자들이 모두 염증이나 통증을 달고 살지 않으니 그러함이 타당하다. 그러나 목격자들에 따르면, 별의 조각을 몸에 지녔던 자가 사망하면 그 조각이 실제로 유리 조각 혹은 보석 원석의 조각 같은 형태로 남기도 한다고 한다. 그 기작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

2. 별의 조각을 지닌 자들은 특히 강한 마력을 지니는 경향이 있다.
강력한 마력을 지닌 자가 꼭 별의 조각을 지닌 것은 아니나, 별의 조각을 지닌 자들은 대체적으로 강한 마력을 지녔다. 다만 별의 조각의 힘은 잠재적이라 본인 스스로 힘을 발현했는가 아닌가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 평생 별 조각의 힘을 발현하지 않는다면 모르는 채 지나갈 수도 있다. 대부분의 경우 강한 스트레스나 위험 상황에서 처음으로 발현된다고 한다.

3. 별의 조각을 지닌 자들도 힘의 차이가 있다.
별의 조각이 체내에서 실체를 가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품고 있는 조각에 크기가 정해져 있는 것처럼 품은 자들이 지니는 마력의 차이가 다양하다. 일반인에 비해서는 강한 마력을 지니고 있지만 평범한 마법사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자들도 있고, 마법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마력을 지닌 자들도 있다. 어떤 상황과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별의 조각을 지니게 되었는지 반드시 연구해보고 싶은 분야이다.

4. 별의 조각에서 발현되는 마력은 시각적으로 보랏빛을 띤다.
일반적인 마력은 마법화 되기 전까지는 눈으로 인식할 수 없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별의 조각에서 발현되는 마력은 일반적인 마력과 달리 두드러진 보라빛을 띤다고 알려져 있다. 이것은 전설처럼 전해지는 바대로 실라베스 여신의 힘의 영향이라고 주장하는 자들도 있으나, 아이나르 사제들이 마력을 발현할 때 특별한 색을 띠지 않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합리적이라 할 수 없다. 명확한 증거가 드러나기 전 까지는 미지의 영역으로 보는 것이 맞다. 나의 동료인 마법사 데인스의 제안 중, 별의 조각에서 발현되는 마력이 시각을 자극하는 요소를 지니고 있다는 가설이 오히려 고려해 봄직하다.

5. 별의 조각은 마력의 폭주를 쉽게 일으키는 경향이 있다.
이는 그간의 조사를 통해 통계적으로 밝혀진 바이다. 별의 조각은 인간만이 아니라 마물의 체내에서도 발견되는데, 별의 조각을 지닌 것으로 밝혀진 마물들은 하나같이 몸체가 거대화되거나 매우 포악해졌다는 관찰 결과가 있다.

또한, 인간 중에서도 별의 조각을 통해 지나치게 강대한 마력을 쓸 경우 마력의 폭주가 일어나 몸의 일부가 변화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러한 변이 현상은 자연적인 마력 현상이 아닌 정령의 폭주 현상과도 유사하며, 마력이 폭주하여 벌어지는 현상으로 추정된다.

이상과 같은 현상들로 인해, 별의 조각은 마법사들의 큰 관심을 끄는 대상이다. 그러나 현재 솔리시움의 많은 지역을 지배하고 있는 아키움 군단 역시 별의 조각을 지닌 마물이나 인간들에 대해 매우 큰 관심을 표하는 바, 신변의 위협을 느낀 소유자들은 몸을 숨기거나 자신의 능력을 비밀에 부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마법 연구자로선 매우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다.

나 마법사 드레노어는 당당한 베네룩스 출신으로서, 이 세상의 진리를 밝히기 위해 별 조각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음을 이곳에 밝혀둔다.
아키움이 두려워 모습을 감춘 자들이여, 이 책을 읽게 된다면 마법사 드레노어를 찾아오라. 두려움은 지식을 낳을 수 없는 법. 연구에 협조해 주는 자에게는 충분한 보상을 지급할 용의를 지니고 있으니, 세상을 위한 길을 닦는 데 한 사람이라도 찾아와 준다면 나의 지식 공유는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