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 672891804
작가 코헨의 마지막 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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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네뷸라 섬 중부 편

작가 코헨의 마지막 저서 1

한때 모험가들 사이에서는 솔리시움 왕실이 네뷸라 섬에 뭔가 숨겼다는 소문이 꽤나 돌았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단순한 소문으로 치부하지 않았다. 우연히 만난 노인, 발로건의 이야기가 이 여행 작가 코헨의 호기심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발로건은 젊은 시절 알아주는 토목 장인이었는데, 네뷸라 섬에서 일하던 중 끔찍한 일을 목격했다며 떠들어 대곤 했다. 처음에는 그저 치매로 인한 헛소리라고 생각했지만, 그의 말 속에는 이상할 정도로 구체적인 묘사가 담겨 있었다.

나는 발로건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네뷸라 섬을 찾아갔다. 그리고 그가 말했던 인부들의 숙소도 발견했다. 다만 숙소 앞마당에는 이야기에 없었던 비석들이 잔뜩 세워져 있었는데, 오랫동안 방치된 듯, 상태가 좋지 않았다.

한창 비석들을 스케치하고 있을 때였다. 웬 묘령의 여인이 나타나, 아이 찾는 것을 도와달라며 애처롭게 부탁을 해 왔다. 나는 뭔가 위화감을 느꼈지만, 그녀의 간절함을 외면할 수 없었다.

작가 코헨의 마지막 저서 2

그녀는 아이가 근처에 숨어 있다가 잠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나는 그녀의 말대로 비석 사이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끔찍한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작은 뼈무덤이었다. 나는 몹시 당황하며 여인을 찾았다. 그러자 그녀는 흐느끼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녀의 남편은 유명한 토목 장인이었는데, 어느 높은 분의 의뢰로 네뷸라 섬에 가게 되었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도 소식이 없자, 그녀는 아이를 데리고 장인들의 숙소를 찾아 왔다. 그러나 숙소는 텅 비어 있었고 주변에는 알 수 없는 비석만 가득했다. 몹시 놀란 그녀는 섬을 떠나 도움을 청하려 했지만, 안개 속에서 그만 길을 잃어 아이와 함께 변을 당하고 말았다.

이야기를 마친 그녀는 구슬픈 울음 소리를 남긴 채 홀연히 사라졌다. 나는 수첩에 그녀의 얼굴을 그려 넣은 다음, 서둘러 발로건이 있는 집으로 돌아갔다. 이야기를 들은 발로건은 내 그림을 보고는 몸을 떨며 오열했다. 발로건은 그녀가 자신의 아내라고 했다.

작가 코헨의 마지막 저서 3

나는 발로건 일가를 위로하기 위해 그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다. 그런데 그 책은 얼마 못 가 알 수 없는 이유로 금서가 되었다. 마치 누군가 그들의 이야기를 세상에서 지우려는 듯했다.

묘한 기분이 든 나는, 고향을 떠나 이름을 바꾸고 당분간 숨어 지내기로 했다. 그렇게 여러 해가 지나고, 슬슬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던 즈음에, 나는 발로건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발로건이 살던 집을 찾아가자, 나를 알아본 사람들이 그의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그중에는 그간 발로건이 과거를 숨기고 살아왔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발로건 역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진실을 감춰야만 했던 것이다. 그가 치매에 걸리지만 않았다면, 나는 영원히 그의 과거를 알 수 없었을 것이다.

나는 고향으로 돌아가려던 생각을 접고, 새로운 삶에 익숙해지려 노력했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네뷸라 섬에서 있었던 일은 결코 잊혀지지 않았다.

exitl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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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한 사람 Kiriak (29-01-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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