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구 요제프에게
요제프 잘 있었나?
내가 박치기 공포새와 대결 직전에 보낸 편지는 읽어봤겠지? 분명 자네가 궁금해할 것 같아서 그 후 이야길 해주겠네.
목숨을 건 시합이 열리던 그날은 정말 불길했어. 무슨 일인지 하늘도 붉은빛으로 뒤덮여서 마치 지옥이 열릴 것 같은 으스스 한 날씨였지. 그럼에도 도박사와 구경꾼이 구름처럼 모여들었어.
엄청나게 모인 판돈은 크고 튼튼한 상자에 담겨 경기장 한가운데에 놓였지. 행사를 주최했던 노련한 사업가 머스크는 관중들의 흥을 돋우기 위해 경기전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음식도 팔더군.
드디어 운명의 시간, 나와 박치기 공포새의 대결이 시작되었어.
커다란 박치기 공포새가 모습을 드러내자 사람들은 탄성과 환호성을 질렀네.
어떤 노파는 동정 어린 눈으로 나를 보며 기도하더군.
막상 거대한 공포새의 머리를 보니 좀 놀랍기도 했지만 내가 누군가? 무쇠 머리의 사나이 돌프 아닌가!
금세 투지가 끓어올랐어. 공포새의 눈을 한참 노려보던 나는 번개같이 달려들었고 공포새도 나를 향해 머리를 날렸어.
'쾅!'하는 소리와 함께 둘 다 나가떨어졌고, 나는 잠시 의식을 잃었네.
얼마나 지났을까 정신이 돌아온 나는 비틀거리며 일어났어. 경기장이 떠나갈 듯한 환호 속에서 심판이 나의 승리를 선언했지. 그렇게 경기는 끝이 났다네.
그런데 며칠 후 상금을 가져 온 머스크는 술에 잔뜩 취해 충격적인 비밀을 털어놓기 시작했어.
"수고했네! 여기 자네 몫일세. 사실 말야... 그 시합 상대는 공포새로 변신한 사람이었다네. 속인 건 미안하네만, 고지식한 자네가 알았으면 시합에 응했겠나? 그리고 아마 정말 박치기 공포새와 싸웠다면 지금쯤 자넨 관 속에 누워 있었을 거야!"
듣는 순간 얼굴이 뜨거워지고 화가 났지만 너무 궁핍했던 나로서는 돈을 받고 조용히 마을을 떠날 수밖에 없었네.
물론 그 덕에 이렇게 자네 돈도 갚을 수 있었지만....
이번 일을 겪으며 결심했네. 앞으로는 절대로 돈 따위에 내 자존심을 구기는 일은 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난 내가 패배했을 거라는 머스크의 말은 절대 인정할 수 없다네.
조만간 진짜 공포새를 꺾고 전 세계를 여행하며 강적들과 박치기 대결을 해볼 생각이라네. 궁극의 박치기 기술을 완성하기 위한 사나이의 모험! 멋지지 않나? 혹시 자네가 있는 톨랜드를 지나게 되면 꼭 연락할 테니 한번 만나세.
추신 : 혹시 이 편지와 돈을 전하는 자가 사례를 요구하면 절대 주지 말게. 내가 충분히 지불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