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시에나 파커를 처음 본 건 스톤가드의 장교로 발령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어. 그녀는 저항군 연병장에서 새로 개발한 채석용 골렘을 소개하고 있었지. 그녀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사실 그때까지는 반신반의한 기분이었어. 영웅담이라는 건 대체로 과장되기 마련이잖아. 그저 그녀가 만든 골렘이 꽤 쓸만하길래, 마법 공학자가 이런 거구나 싶은 정도였어.
게다가 시에나는 무척 쾌활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는데, 난 그녀의 멋진 미소와 밝은 성격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어. 당시 스톤가드는 성주 페르난의 폭정으로 아주 어려운 상황이었거든. 우리는 어떻게든 페르난을 끌어내려 애썼지만, 그 작자는 성에 틀어박혀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어. 저항군은 성 밖에 나온 페르난의 수송 물자를 습격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지. 계속되는 전투와 진전 없는 상황에 모두가 지쳐있었어.
바로 그때, 시에나가 입을 연 거야. 자신이 직접 성에 들어가 페르난을 끌어내리겠다고 말이야.
시에나의 움직임에는 거침이 없었어. 그녀는 동료 두 명을 데리고 바로 페르난을 찾아갔지. 그녀는 페르난에게 자신을 바다 건너에서 온 골렘 연구소의 교수라고 소개했어. 그리고 자신이 만든 신비한 골렘을 보여주었지. 그녀는 자신의 연구를 지원하면 이것보다 열 배는 큰 골렘을 만들어 귀찮은 저항군을 소탕하게 해주겠다고 약속했어.
페르난은 시에나의 골렘과 자신감 넘치는 태도에 넘어가 그녀를 지원하기로 결정했어. 시에나는 우선 거대 골렘을 만들 바위를 채석하기 시작했지. 신이 난 페르난은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어. 하지만 채석 과정은 좀처럼 끝날 줄을 몰랐지. 예나 지금이나 스톤가드의 채석장에는 바실리스크가 득실거렸거든. 페르난은 자금뿐 아니라 많은 병사들을 투입해야 했어. 채석이 끝났을 때는 페르난의 군대도 막대한 피해를 입은 후였지.
그 사이 시에나는 페르난의 남은 돈을 긁어모아 여비를 마련했어. 거대 골렘의 핵심 부품인 '고대 골렘의 심장'을 찾기 위한 탐사 비용이었지. 시에나 일행은 막대한 돈을 뿌리며 스톤가드 일대를 탈탈 털었고, 결국 심장을 손에 넣었어.
페르난은 당장 거대 골렘을 작동시킬 것을 명했지. 하지만 시에나는 골렘의 주인이 되기 위한 마지막 단계가 남았다고 말했어. 그녀는 커다란 나무 상자에 페르난을 집어넣고, 하루 동안 춤을 추며 부활의 주문을 외우라고 시켰지. 페르난은 시에나가 시키는 대로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며 말도 안 되는 주문을 외웠어. 그 사이 시에나는 거대 골렘을 부려 스톤가드의 성문을 산산조각 냈지. 기다리던 저항군은 부서진 성문으로 유유히 걸어들어가 스톤가드 성을 점령했어. 페르난은 그렇게 맥없이 무너지고 말았지.
저항군은 크게 기뻐하며 그녀를 맞이했어. 시에나의 활약은 저항군의 유쾌한 전설이 되었지. 그녀에게는 스톤가드의 태양이라는 썩 어울리는 별명도 생겼어. 나 역시 그녀를 의심하는 마음 따윈 전혀 남아있지 않았지. 나는 기쁜 마음으로 그녀를 응원하기 시작했어.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그녀를 흠모하는 마음을 담아 스스로를 해바라기라고 부르기 시작했지. 그게 우리 해바라기단의 유래야. 어때, 너도 슬슬 해바라기가 될 마음이 들었니? 생각 있으면 편하게 말해. 새로운 해바라기는 언제나 환영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