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 상어와 개구리 (1)
플린 덱스턴 저
침묵의 습지라고 불리는 지역은 이름처럼 인적이 드문 지역이다. 오랜 옛날 거대한 재앙을 맞이해 인간이 살 수 없는 땅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방문해보면 '침묵'이라는 형용사는 절대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곳에는 생명력 넘치는 습지 상어들이 서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상어는 바다에 서식하지만, 이곳에서는 지느러미를 이용해 펄떡펄떡 뛰어다니는 상어들을 볼 수 있다. 그 모습은 마치 개구리나 두꺼비가 뛰어다니는 것을 연상케 한다.
이곳을 뒤덮은 오염을 상당 기간 연구해 왔다는 한 연구자는 (안타깝게도 본인의 이름을 밝히는 걸 원하지 않아서 익명으로 표시하겠다) 습지 생물의 진화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여러가지 가설이 있지요. 하지만 '적응에 의한 변화'라는 설명이 들어가 있는 건 모두 쓰레기입니다."
애초에 잘못된 가설이기 때문에 연구가 실패하는 거라며 그는 신랄하게 말했다.
"이 지역 상어와 개구리의 공통점은, 둘 다 엄청나게 왕성한 번식력을 자랑한다는 데에 있지요."
그의 주장으로는 그저 상어와 개구리가 이 엄청난 번식력으로 끊임없이 살아남았기 때문에 보이는 착시 현상이지, 결코 적응에 의한 변이가 아니라고 한다. 그는 그 대표적인 증거로 폭발 상어를 들었다.
"유리한 적응이라는 게 이뤄진다면 자기 몸의 일부를 폭발시킨다는 자해 수단을 만들어 내겠습니까? 모든 진화는 우연의 산물일 뿐입니다."
다만 그는 이 지역의 강력한 오염이 생물의 무한 돌연변이를 촉진시킨다는 데에는 크게 동의했다. 무한 돌연변이를 통해 어떤 극악한 장소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개체들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덧붙였다.
"저는 그래서 이곳에서 진행 중인 오염 정화 작업에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그는 이 발언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했다. 주변의 연구자들이 들을까봐 걱정하는 눈치였다.
"이곳은 현재 천혜의 실험실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수많은 변이 개체를 우리가 대체 어디서 구해보겠습니까? 이곳을 정화해 버린다면 생물학적으로 큰 손해일 겁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학자들은 하루라도 빨리 이곳의 오염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붉은 역청이라 불리는 물질을 제거하는 데 힘을 쓰고 있는데, 이 붉은 역청은 상어들이나 개구리의 몸에서도 발견되고 있어 변이와 오염의 주범이 아닌가 추측된다고 한다. 주변의 심한 오염 때문에 이 지역을 방문하는 모험가의 수가 많지 않아 정화 작업이 수월치는 않은 모양이었다.
혹시 이 연구자 외에도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반대파가 있을까? 궁금했던 내가 묻자, 그는 넌더리를 내며 말했다.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간 곧바로 어둠술사로 몰리게 될 겁니다. 하지만, 끔찍한 실패를 했다고 그 결과를 모조리 지워버리려고 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요? 진정한 학자라면, 이것마저 기회로 삼는 것이 보다 미래를 위한 일이 아닐까요?"
하지만 그와의 대화는 이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다른 학자들이 올 때마다 대화를 중단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 지역을 다시 방문할 때마다 그때의 연구자 A씨가 떠오른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일진대, 인간의 과오는 과연 어디까지가 부자연이고 어디까지가 자연일까? 깊이 성찰해 볼 만한 문제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