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든!

얼마 전 자네가 다녀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내가 연구실을 잘 비우는 편이 아닌데, 하필 그날 외근이 있어 길이 어긋났군.

조교한테 들었는데, 클레이 카터에 관해 물어보러 왔었다지? 다행히 기억나는 게 좀 있어서 이렇게 급히 몇 자 적어 보내네.

클레이 카터는 베네룩스에서 딱히 눈에 띄는 아이는 아니었네. 무척 맑은 눈을 가지고 있었지만, 느린 말투와 조심스러운 행동 때문에 어리숙한 인상을 주곤 했지.

실제로 클레이가 지나간 길에는 종종 소지품이 떨어져 있곤 했네. 모두 그 아이의 커다란 마법 가방에서 쏟아져 나온 물건이었어. 그래도 물건을 영영 잃어버리는 경우는 거의 없었네. 대부분 길을 잘못 들어 돌아 나오기 일쑤였거든. 그 참에 자신이 떨어뜨린 물건 대부분을 찾는 듯했어.

하지만 그런 클레이도 지식을 습득하는 일만큼은 게을리하지 않았네. 베네룩스 도서관 구석구석, 그 아이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지. 무엇이 그를 그토록 열성적으로 만들었는지 짐작이 가는가? 답은 간단하네. 그 아이에게는 세상을 꿰뚫어보는 혜안이 있었거든.

현명한 마법사라면 세상에 내재되어 있는 재앙의 가능성을 알고 있지. 그 아이는 이미 한 사람의 마법사로서 재앙에 대항할 날을 대비하고 있었던 거야.

베네룩스의 마법사들에게는 세상을 구해야 한다는 어줍잖은 소명 의식이 있네. 클레이의 가슴 속에도 그러한 사명감이 자리하고 있었지. 특히나 그의 바람은 너무도 순수해서 그 크기를 가늠하기 어려웠네. 그래서 나는 수많은 마법사 중 특별히 클레이를 지켜보게 된 거야.

지금이야 저항군에서 눈부신 활약을 하고 있지만, 그때만 해도 클레이는 자신의 가능성을 깨닫지 못했네. 그래서 나도 그 아이에 대한 기대를 비밀에 부치기로 했지. 혹여라도 사람들의 관심이 나쁜 영향을 미치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거든. 다행히 그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 온전히 스스로를 완성한 것 같더군. 앞으로도 클레이는 우리가 생각지 못한 많은 일들을 해낼 거야.

내 이야기가 자네 펜 끝을 더 무겁게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군. 아무쪼록 자네의 완성된 글을 받아볼 날을 손꼽아 기다리겠네.

건필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