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마 킹 이야기>
저자: 애쉬튼 케첨
이것은 나의 조련사 경험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이다.
우리 케첨 가문은 유서 깊은 맹수와 마물 조련사 가문이다.
케첨 가문의 기록에 따르면 6대조 어른께서는 드레이크를 조련하여 타고 다녔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3대조 어른은 공포새들을 길들여 이곳 스톤가드로 이주할 때 짐을 옮기게 했으며,
내가 아주 어린 시절에는 할아버지가 커다란 늑대에게 사냥을 시키던 장면이 기억난다.
조상의 재능을 이어받았는지 나 역시 어려서부터 동물들과 소통을 할 수 있었고 결국 가업을 이어 야생 동물 전문 조련사가 되었다.
외뢰를 받는 일은 대부분 전투, 정찰용 맹수를 길들이기나 보물 찾기에 특화된 작은 동물을 조련하는 것 또는 사냥에 쓸 매를 훈련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어느 날 벨루아탄이라는 음산한 마법사가 불쑥 찾아와, 금화 자루를 선금으로 주며 사자 한 마리의 사육과 조련을 부탁했다.
그는 야생의 우두머리 수사자를 포획하여 사원에 가둬놨는데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며 사원에서 30일간 그 사자를 돌봐주면 큰돈을 더 주겠다고 제안했다.
나는 뭔가 두려운 마음이 들었지만 거금에 혹해 거래를 수락했고 그를 따라 실라베스 사원이라는 곳으로 향했다.
일주일 후 도착한 실라베스 사원은 그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벨루아탄이라는 자는 실라베스라는 교단의 교주였고 그를 따르는 추종자들은 거대한 사원 곳곳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를 따라 지하로 한참 내려가자 큰 철창에 갇힌 사자의 그림자가 보였다.
사자의 몸은 매우 마르고 수척했지만, 날카로운 눈빛과 위엄 있는 자세에서 여전히 평원을 호령하던 우두머리의 기세를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그의 기품 있는 모습을 보고 킹이라고 불렀다.
철창 속의 킹은 어떤 음식도 입에 대지 않았다고 했다. 나는 철창 안으로 들어가 킹을 구속하던 사슬과 보호구를 모두 풀어주었다.
그리고 킹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보며 말했다.
"살아서 버틴다면 너는 언젠가 자유를 얻을 수 있을 것이며, 난 내가 할 수 있는 한 너의 해방을 돕겠다. 믿어다오."
킹은 나를 한입에 삼킬 듯 덤벼들었지만 내가 미동도 하지 않자 코앞에서 멈췄다. 그는 내 진심을 믿기로 한 것 같았다.
사실 난 그가 달려들 때 이대로 죽는구나 싶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킹이 나를 믿어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나는 킹과 꾸준히 대화를 나눴고 그는 내가 가져다주는 음식을 먹으며 신뢰를 보여줬다.
어느 날 밤, 사원이 흔들릴 정도로 크게 울부짖는 소리에 눈을 떴다. 그것은 킹의 철창에서 난 소리였고 난 그쪽으로 달려갔다.
철창 안에는 사자보다 몇 배 더 거대한 키메라가 살기 가득한 보랏빛 눈으로 포효하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나타난 벨루아탄은 흥미롭고 성공적인 실험이었다며 이 괴물은 이제 키마 킹으로 부르겠다고 말했다.
킹은 결국 벨루아탄의 실험 대상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금화 주머니를 받아 들고나오던 중 뒤에서 처절한 포효 소리가 들렸고 그 순간 나는 다짐했다.
몇 년 안에 반드시 돌아와 킹과의 약속을 지키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