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 3424622963
바미르 강 뱃사공의 옛날 옛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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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크림슨 장원 인근 편

바미르 강 뱃사공의 옛날 옛적에 1

한때는 나도 바미르 강에 나룻배를 띄웠다네. 손님은 주로 장원의 하인이었는데, 새벽부터 배를 띄워 헤르바에 내려 주곤 했지. 아침 요기를 하고 나면 그새 볼일을 본 사람들이 다시 배에 올랐네. 어느 나루터에 배를 대어도 금세 사람이 가득 찼어. 참 좋은 시절이었네. 하루 종일 노를 저어도 힘든 줄을 몰랐지.

옷차림이 멀끔하고 고상한 사람은 대체로 베르칸트 장원 사람이었네. 내가 그쪽 출신이어서 하는 말이 아니라, 거기 사람들은 태생적으로 기품이 있었거든. 대대로 무관을 역임한 지체 높은 가문이니, 같은 귀족이라도 크림슨 가문과는 아예 격이 달랐네. 반면 크림슨 장원 사람들은 아무리 빼입어도 태가 나지 않았지. 안색도 영 안 좋은 것이, 첫 손님이나 끝 손님으로 태우면 뒷맛이 영 찜찜했어. 그래서 그자들을 실을 때는 슬쩍 뱃삯을 올려 받곤 했네. 그게 잘못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 두 장원은 워낙 사이가 안 좋아서, 그 정도 차별은 어디에나 있었거든. 하지만 그자들에게 뱃삯을 올려 받았다는 걸 들켰을 때는 나도 눈앞이 아찔했네.

어느 날, 베르칸트 장원의 하인 하나가 거하게 취해서 배에 탔네. 그날따라 손님도 없고, 날씨가 참 스산했어. 막 출발하려는데, 크림슨 사병이 쫓아와 소리도 없이 배에 오르더군. 나는 늘 그랬듯이 웃돈을 올려 뱃삯을 받았네. 헌데 이 주정뱅이가 눈치도 없이 떠드는 거야.

"아니, 사공 어르신! 아무리 크림슨 놈들이 싫어도 그렇지, 뱃삯을 두 배나 올려 받으시오? 껄껄!"

순간 나도 모르게 사병을 돌아보았네. 싸늘한 시선이 비수처럼 날아와 가슴에 꽂히더군. 눈빛이 어찌나 냉랭한지 돈을 받은 손모가지가 잘려나간 것만 같았네. 그때 사병의 손이 칼자루 쪽으로 움직였네. 나는 인사불성이 된 하인 놈을 밀쳐내고 필사적으로 강물에 뛰어들었네. 배도 버리고 미친듯이 헤엄을 쳤지. 지금 생각해도 그 급류 속을 어떻게 빠져 나왔는지 모르겠군. 그 후로 바미르 강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는다네. 지금도 그 사병이 나를 찾고 있을 것만 같거든.

그런데 자네... 설마 크림슨 장원 출신은 아니겠지?

exitl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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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한 사람 Kiriak (8-10-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