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랜드의 초록머리 고블린 이야기
가이우스 키케로
오래전 고블린들이 모여 사는 흰곰 자리 들판에 심각한 가뭄이 찾아왔습니다. 강은 말라붙고 풀과 나무는 시들었으며 동물들까지 점점 사라져 갔습니다. 네 명의 고블린 부족장 중 가장 지혜로운 흰머리 부족장 고르곤은 고민 끝에 결심을 했습니다. 그는 다른 세 명의 부족장들을 불러 모아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습니다.
이곳은 많은 고블린에 비해 먹을 것이 턱없이 부족해 모두 굶어 죽을 지경이니 시합을 벌여 패배한 부족이 이곳을 떠나자는 것이었습니다. 무더위와 허기에 지친 족장들은 모두 고르곤의 제안을 수락했습니다.
게임 종목은 버섯 캐기로 정해졌습니다.
경기는 하루 동안 진행되었고,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시합이 끝났습니다.
그 결과 가장 적은 버섯을 모은 붉은 머리 고블린 부족은 약속대로 멀리 떠나야 했습니다. 고르곤 족장은 붉은 머리 고블린 부족에게 시합으로 모은 버섯을 넉넉히 챙겨주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떠난 후에도 먹을 것들은 여전히 부족했습니다. 점점 배가 고파지자 고블린들은 신경이 날카로워지기 시작했고 결국 다시 게임을 하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시합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종목은 멧돼지 사냥이었습니다.
검붉은 숲의 멧돼지는 고블린들에게 늘 공포스러운 존재였습니다. 먹을 것을 구하려 숲에 들어갔던 많은 고블린들이 멧돼지에게 잡아먹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들 모두 목숨을 걸었고 큰 희생과 사투 끝에 두 부족이 멧돼지 사냥에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검은 머리 부족은 사냥에 실패하여 이곳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두 족장들은 그들이 떠나기 전 사냥한 멧돼지 고기의 절반을 나눠 주었습니다.
그 후에도 가뭄은 계속되었고 결국 마지막 세 번째 게임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게임은 흰머리 부족과 초록 머리 부족의 달리기 경주였습니다.
흰머리 부족장 고르곤은 초록 머리 부족장 카가르에게 둘이 직접 겨룰 것을 제안했습니다. 경주는 아주 멀리 떨어진 지역에 있는 반환점을 먼저 돌아오는 자가 승리하는 시합이었습니다. 두 부족장들은 환호 속에 달리기 시작했고 그들이 돌아올 동안 흥분한 부족원들은 서로 자신의 부족장이 이길 거라며 큰소리로 장담했습니다.
해 질 녘이 되자 흰머리 부족장 고르곤이 먼저 나타났고 그는 초록 머리 부족장이 달리던 중 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다음날에도 카가르가 돌아오지 않자, 불안해진 초록머리 부족 정예 전사들은 그를 찾으러 길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정예 전사들이 모두 떠나자 흰머리 부족장 고르곤은 기다렸다는 듯이 명령을 내려 남은 초록머리 부족원들을 공격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고르곤의 계략이었던 것입니다.
살아남은 고블린들은 북쪽으로 달아났고, 미처 도망치지 못한 초록머리 부족 제사장은 저주 섞인 예언을 남기고 처형되었습니다.
"별들이 떨어질 때, 탐욕에 눈먼 키 큰 종족들이 나타나 너희를 살육하리라!"
흰머리 부족의 공격을 피해 흰곰자리 들판을 떠났던 초록머리 부족원들은 북쪽으로 멀리 떨어진 산중에 자리를 잡았는데 이곳이 지금의 톨랜드 지역입니다.
수백 년이 흐른 지금, 흰곰자리 들판의 흰머리 부족은 고르곤을 지혜로운 영웅으로 여기며 속임수에 넘어간 자를 보면 '초록 머리'라며 조롱합니다.
한편 톨랜드 산지의 초록머리 고블린들은 배신이나 거짓말을 자주 하는 자들을 가리켜 "흰머리"라고 부르는데, 그들 사이에서 가장 심한 욕설로 사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