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마티네.
편지가 너무 늦었지? 말도 없이 떠난 나를 네가 얼마나 걱정하고 있을지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파. 정말 미안해....
아키움의 눈을 피해 움직이느라 이제서야 편지를 보내. 다행히 톨랜드로 넘어오면서 놈들의 감시에서 벗어나게 됐어. 적어도 이곳에는 아직까지 나를 아는 첩자들이 없는 것 같아.
마티네, 너에게 가장 먼저 알리고 싶은 소식이 있어. 그게 뭐냐면... 내가 더 이상 마력 폭주로 고통받지 않고 있다는 거야! 온전히 마력을 다스릴 수 있게 됐거든. 믿어지니?
10년 전, 아키움의 첩자들이 너까지 해치려 했을 때 내 마음속에는 거대한 폭풍이 생겨났어. 그날 이후, 폭풍은 시도 때도 없이 사납게 휘몰아쳤지. 그렇게 마력이 폭주할 때마다 나는 내가 저주에 걸린 게 아닐까 생각했어.
하지만 여기까지 오는 동안 수많은 일을 겪으면서, 나는 내 안의 폭풍을 잠재울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어. 물론, 혼자만의 힘은 아니었어. 혹시 제니스 님에 대해 들어 봤어? 그분이 날 도와주셨거든. 등대에서 지낼 때 우연히 알게 된 분인데, 알고 보니 정말 유명한 대마법사셨어. 그분을 이번 여정에서 다시 만난 건 정말 행운이었지.
마음이 고요해지고 나니, 마력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나와 조화롭게 동화됐어. 결국, 마력을 다스리는 열쇠는 내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 있었던 거야.
하고 싶은 얘기가 엄청나게 많은데, 바로 돌아가긴 어려울 것 같아. 여기 내가 할 일이 좀 있는 것 같거든. 자세히 말하기 어렵지만, 예전에 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힘이 부활하려 하고 있어. 나는 어떻게든 그 재앙을 막을 생각이야.
제니스 님과 얘기를 나누면서 세상에는 나처럼 별을 품은 사람만이 해낼 수 있는 일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 이제부턴 바로 그런 곳에 이 힘을 쓸 생각이야.
마티네, 곧 다시 편지할게. 언제나 나를 믿어주고 지지해 줘서 고마워.
소중한 마티네에게 마음을 보내며, 아드리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