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 1237975323
스톤가드 성이 함락되던 날
icon 코덱스 작업
유형: 수집
카테고리: 스톤가드 성 인근 편

스톤가드 성이 함락되던 날 1

유난히 굵은 비가 쏟아지는 밤이었다. 마치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만 같았다. 큰소리가 들려 창밖을 보니, 마을 어른들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성문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아버지는 비엔타에 가서 내일이나 돌아올 터였다. 빈집에 혼자 앉아 있으려니 덜컥 겁이 났다. 괜히 문을 열고 거리를 훔쳐보는데 낯익은 이웃집 아저씨가 보였다. 나는 아저씨를 쫓아 무턱대고 거리로 나갔다.

비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정신을 차렸을 땐 모르는 사람들에 섞여 어딘가로 휩쓸려 가고 있었다. 문득 고개를 들자 거대한 아성이 눈앞에 있었다. 추위와 겁에 질려 떨고 있는데 누군가 내 허리띠를 잡아챘다. 유난히 나를 챙겨 주던 이든 형이었다.

형은 무서운 얼굴로 화를 냈지만 너무 시끄러워서 잘 들리지 않았다. 나는 이리저리 밀쳐지며 하수구 앞으로 끌려갔다. 형은 내게 하수구 안으로 들어가라고 했다. 나는 펑펑 울며 빌었지만 형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어느덧 비는 멎었지만 하수구로 내려가는 계단에는 아직 빗물이 찰랑거리고 있었다. 형은 주춤거리는 내 엉덩이를 가차 없이 걷어찼다. 차가운 물에 온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지만 형이 너무 무서워서 도저히 돌아갈 수 없었다.

천천히 벽을 짚으며 나아가자 녹이 슨 철창이 어렴풋이 보였다. 어떻게 하나 머뭇거리는데 쇠가 부딪히는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검이 부딪히는 소리였다. 마침내 나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깨달았다. 아키움의 군대가 성문을 부수고 쳐들어온 것이다. 아키움 군대는 사람을 잡아먹는다던 아버지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나는 허둥대며 철창 사이로 몸을 밀어 넣었다.

하수구 밖으로 나오자 시야에 닿는 모든 곳이 붉었다. 아성에서 피어오른 불꽃이 주택가의 벽에 반사된 것이었다. 이든 형이 걱정되었지만 도무지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간신히 정신을 차렸을 때는 나도 모르게 성 밖으로 내달리고 있었다. 나는 목놓아 울며 매캐한 연기 속을 달렸다.

exitlag


댓글을 달려면 로그인
추가한 사람 Kiriak (6-10-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