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 2815791660
장미꽃 수레와 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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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 수집
카테고리: 헤르바 마을 인근 편

장미꽃 수레와 의자 1

유난히 붉은 장미꽃을 좋아했던 아네트에게

네가 이 편지를 읽을 때쯤이면, 아마도 난 더 이상 너와 같은 하늘 아래 있지 않겠지. 하지만 너와의 추억을 한 줄이라도 더 남기고픈 마음에 편지를 써.

아네트, 널 처음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인생은 그저 죽음을 향해 빠져드는 늪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어. 풍요의 거리라 이름 붙은 이 거리에서 오로지 나만이 빈곤한 마음을 품고 있었지. 늘 집 앞 나무 의자에 앉아 책이나 읽으면서 말이야.

그런 내게 먼저 다가와 준 것이 바로 너였어. 향기로운 꽃들을 한가득 담은 수레와 함께 나타난 너는 언제나 환한 미소를 지어주었지.

그 미소 덕분일까? 책 밖의 이야기를 조잘조잘 떠들던 네 목소리를 듣고 있자면, 심장을 짓누르는 병의 고통도 잠시간 잊을 수 있었지. (아돌프 아저씨는 시끄럽다며 늘 우릴 타박했지만.)

장미꽃 수레와 의자 2

하지만 언젠가부터 넌 정오가 지나도록 거리에 나오지 않았어. 아픈 동생을 위해 매일 꽃을 팔러 나왔던 네가 말이야. 그렇게 닷새가 지나고, 보름이 지나고, 또 일 년의 시간이 흐를 때까지... 결국, 넌 빈 꽃수레만 남겨둔 채 돌아오지 않았지.

너의 그 미소를 다시 볼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하지만 아쉽게도, 이제 내게 남은 시간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아. 대신 널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풍요의 거리 주변에 네가 좋아하는 붉은 장미 씨앗을 심어보았어.

장미꽃이 거리를 아름답게 물들일 즈음엔 아마 난 이 세상에 없겠지만, 만약 네가 다시 이곳에 돌아온다면 활짝 핀 꽃들을 보며 미소 짓겠지?

그날을 상상하며... 아네트, 안녕.

- 너의 단골손님, 스콧

exitl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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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한 사람 Kiriak (11-10-2024)
추가한 사람 Kiriak (11-10-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