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매달린 시신들, 그것은 카자르 님의 명을 어긴 자들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카자르 님의 명령이 떨어진 순간, 나는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을 직감했다. 병사들 사이에 퍼져 있던 안일한 생각, 그러니까 섬에서 발견한 유물을 빼돌려도 가벼운 노역 정도로 끝날 거라는 믿음은 더 이상 용납되지 않았다.

카자르 님의 명에 따라, 나는 부하들에게 유물을 빼돌리다 잡힌 병사들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젖은 천으로 칭칭 감아 나무에 매달게 했다. 그들은 거대한 고치처럼 매달려 꿈틀대며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듯했지만, 천에 가려진 몸부림과 울음소리는 희미하게 스러져 갔다. 이제 그들은 나무에 매달린 채 서서히 굶어죽을 운명이었다.

부하들은 처참한 광경 앞에서 고개를 돌렸다. 그들의 얼굴엔 공포와 불안이 서려 있었다. 카자르 님의 메시지는 더없이 명확했다. 설령 그 유물이 그가 찾고 있는 마력의 유물이 아닐지라도, 유물에 손대는 자에게는 오직 죽음만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

이번 일을 통해 나는 카자르 님이 유물에 얼마나 강한 집착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 집착이 얼마나 위험한지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 집착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그가 찾는 유물이 그 어떤 잔혹한 일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 물건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명령을 수행하는 나 역시, 그 광기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했다.

부하들 역시 유물에 대한 카자르 님의 집착이 얼마나 위험한지 체감하고 있었다. 그들의 마음에 드리운 절망이 나에게도 스며들었다. 하지만 나는 결코 그 공포를 드러내지 않을 것이다. 나는 카자르 님의 명령을 수행하는 도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